2013.01.08 17:23
저는 응답하라 1997 세대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고등학교 생활을 했었는데요.
그 당시가 핸드폰도 없고 호출기와 PC통신만 있는데다가
제가 사는 지역은 대부분 여고 아니면 남고였기 때문에
이성 친구를 만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었지요..
그래서 실제로 이성 친구가 있는 학생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고등학교의 꽃인 축제를 앞두고!
저희 부에서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대규모 블라인드 미팅을 계획하게 됩니다.
저는 여고를 다녔기 때문에 컴퓨터부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학생은 없었고..
자매 학교의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선배가 미팅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서
축제 때 프로그램을 돌리게 되었어요.
우리 학교 여학생들의 프로필(키, 몸무게, 혈액형, 호출기번호(!!!)등..)을 프로그램에 입력해두고
축제 때 놀러온 남학생들이 자신의 취향을 선택하면, 가장 잘 맞는 여학생의 프로필이 뜨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지요...
그 때 학교는 정말 난리가 났었어요. ㅋㅋㅋ
선생님들이 그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든 막겠다며 펄펄 뛰셨지만..
저희는 몰래몰래 신청자의 프로필을 받아서 입력하고 축제 때 프로그램을 돌렸지요.
나름 당시 그 근처 학교들 사이에서는 그 프로그램이 유명해졌었고
축제가 끝난 뒤에 호출기로 연락이 오는 아이들도 실제로 있었어요.
실제 커플이 되었는지의 여부는 모르지만요.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고 잊고 지냈었는데
오랫만에 그 때 생각을 하니 그립네요.
우리가 졸업하고 난 뒤에는 축제가 없어졌다는 얘기도 있어서 후배들이 안스럽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막상 대학 가서 접한 축제는 가수들 오고, 주점을 열어서 술 마시고 했던 기억밖에 없어서
부서 친구들과 모여서 열심히 준비했던 고등학교 축제가 더 그리워요.
얼마전 제가 가르치는 고2 학생에게 (곧 고3이 되는) 부럽다고 했더니 왜 부러운지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ㅎㅎㅎ
반애들이 유치하게 그게뭐냐 쪽팔리다 안쓴다 막 그러더니(저도 그중한명) 나중에 제 파트너만 제 편지를 못받은거에요.
나머지애들은 편지를 다 쓴거죠.
일단은 배신감에 제가 안보낸다면서!! 이러니깐 애들 얼굴 벌게져서 당황하니깐 또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그 여학생은 자기만 못받았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고.. 누군진 모르지만 그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