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객이십니까?

2013.01.10 15:21

drlinus 조회 수:3878

흔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조용한 성격에 목소리도 작은 편입니다. 
성격도 차분한 편이고 싸우는 것도 매우 싫어하는 지라 나름 착한 고객이라면 고객이죠.
음식점에서 우리 일행보다 늦게 온 분들에게 음식이 먼저 나가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껄껄껄하는 타입이랄까요.  ( ")

주문한 음식이 무슨 재료를 재배해서 만드는 것처럼 나올 생각이 없어도 정성껏 만드시나봐~~
하면서 웬만하면 걍 기다려줍니다.

일하시는 분들이 바쁜 것 같으면 반찬이나 이런건 제가 가서 리필을 해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를 입에 달고 살며 인사 잘하고 설령 제게 물을 쏟으셔도 허허 괜찮습니다. 모드랍니다.
덕분에 자주 가는 음식점들에선 나름 사랑받는 고객이 되었죠.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서비스를 받는 건 아니예요.
저도 무슨 특별한 서비스를 기대한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고.
다만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거면 된거죠.  :)

정기적으로 쌀이나 뭐 이런 기본 식량을 주문하는 사이트가 있어요.
초기부터 회원이었는데 지금은 이곳보다 더 좋은 곳들도 있지만 정 때문에 계속 이용하는 곳이랍니다.
가끔씩 주문하신 물건이 없어서..  하는 전화를 받곤 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러면 그건 마일리지로 그냥 돌려주세요.
라고 하면 전화를 주신 분이 참 기뻐하시더군요.

한번은 그 업체에서 제가 주문한 물건 중 하나를 빼놓고 배송했어요.
전화를 드리니 헉! 하는 분위기로 그러면 이걸 이케이케 보내드리는 방법이 있고 이케이케 보내 드리는 방법이 있고..
하면서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라서 그쪽에서 내놓은 방안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이 좀 되더군요.
그래서 여쭤봤어요.
제가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세요?  아주 급한 건 아니거든요.
그랬더니 정말 감흡하는(-_-) 목소리로 주말 지나서 배송 드리는 것이 저희 입장에선 아무래도..
그럼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주말이 지나 도착한 물건엔 소소한 서비스 물품이 함께 왔답니다.

무슨무슨 상품이나 보험 등을 권유하는 스팸성 전화를 받으면 초반에 다 알잖아요.
그러면 아. 죄송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려도 당연히 상대분은 계속해서 말씀을 이어가시려 하죠.
그러면 또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라고 답변을 합니다.
이러면 99%는 알겠습니다.  하면서 끝내십니다.
그러면 저는 또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며 전화를 끊습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유치하게 제 자랑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고.  -_-;;
생각해보면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말도 안되는 업소를 가본 적도 거의 없고 물건을 사도 소위 뽑기운이 좋아 항상 문제없는 제품들만 걸리고.
애인분은 제가 사람들에게 착한 척(-_-) 하며 무조건 친절하게만 대하면 만만하게 본다고 가끔 뭐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큰 피해를 보는 상황이 아닌 이상 제가 친절하게 대하면 저나 그분들 모두 나쁠 것 없고 그분들 
역시 기본적으로 제게 친절하게 대해주시거든요.

제 인생에서 딱 한번 제 기준에선 거한 컴플레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벌써 십여년 전 일인 것 같은데 당시 살던 동네에 나름 삐까뻔쩍한 게 전문점이 생겼어요.
평일 저녁이라 손님도 별로 없었고 저와 일행은 방에 들어갔고 코스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음식들이 참 차갑더군요.  -_-;;
분명 따스하게 나와야 하는 음식들임에도 불구하고 차갑차갑.
게다가 코스 요리면 시간에 맞춰 딱딱 나와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온 음식 다 먹고 아무리 배 두드리고
있어도 다음 요리는 나오지 않고.
심지어 메인 음식에선 철사까지 등장!
이 대목에서 애니모어! 를 외치며 서빙하시는 분께 항의를 했으나 걍 무시하는 분위기.  헉.

더 이상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지라 밖으로 나와 매니저분을 찾아 상황 설명을 했으나 심드렁하고
형식적인 말투로 죄송하다는 얘기가 전부.
저는 물었죠.
제가 계산을 해야 하나요?
매니저분은 우물쭈물하더니 결론은 계산을 하셔야 한다.  였습니다.
허허.  어이가 없었지만 걍 계산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이트 들어가 본사 전화번호 확인하고 전화해서 차분하게 상황 설명.
며칠 뒤 전화를 받았습니다.
담당 매니저 짤랐다고.  -_-;;;
그리고 자기네 업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 같은 것을 보내주시겠다고.
되었슴다.  했죠.  다시는 가지 않는다고.

저는 매우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자평하는데요.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저를 잘 기억해요.  흑흑.
몇년만에 찾아간 음식점에서 사장님이 아니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이전에 저는 그집에 딱 한번 갔을 뿐인데 말입니다. 흑흑.
이런 일들이 겹치다보니 한 지인은 제게 이런 말을 했죠.
넌 범죄 저지르면 안돼!
수배하면 하루만에 잡힐꺼야!

어케 글을 마무리해야 할 지 몰라 이만 총총해야겠습니다요..

@ drlin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5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4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05
111128 개콘 황해 코너 불편하지 않나요? [15] 세멜레 2013.06.12 3879
111127 [바낭] 자고 일어났더니 오피스텔, 국정원 얘기로 난리가 났네요 [12] 로이배티 2012.12.12 3879
111126 더럽고 우울한 이야기 [28] 21세기한량 2012.10.11 3879
111125 이 아기는 커서 셜록이 됩니다 [9] 화려한해리포터™ 2013.05.09 3879
111124 소개팅 잡담 [13] 씁쓸익명 2013.07.23 3879
111123 원더걸스 신곡 뮤직비디오 감독이 싱글레이디 감독이라는데.. [15] 로사 2011.11.07 3879
111122 주민투표 불판 깝니다 3 [37] jim 2011.08.24 3879
111121 [바낭] 지긋지긋해서 물어 보는(?) 김윤아 떡밥 [25] 로이배티 2011.07.28 3879
111120 어딘가에서 들은 어느 며느리의 독백. [11] 고인돌 2011.04.20 3879
111119 [이것이잉여력이다] 드디어 미니홈피에서 벗어났습니다. 제천 영화제 일정.. [3] 서리* 2010.08.09 3879
111118 남자간호사님, 아이폰4를 사셨군요!!! 꺅! [10] 루이와 오귀스트 2010.07.31 3879
111117 일본과 해외의 심령사진 차이점.JPG [8] 자본주의의돼지 2013.01.14 3878
111116 '아파야 청춘'? X소리 맞는데....왜 [11] soboo 2012.10.04 3878
111115 한국의 참치통조림 (지속가능성) 순위 [14] Ruthy 2012.09.05 3878
» 어떤 고객이십니까? [24] drlinus 2013.01.10 3878
111113 듀게에 조국 교수風이 불어 트래픽은 폭주할 뿐이고 [13] poem II 2011.09.14 3878
111112 로맨스소설은 아니지만 로맨스가 포함된 재미있는 책 추천해 주시겠습니까? [23] 환상 2011.05.02 3878
111111 세월호 사고에 원인에 대한 가능성 있어 보이는 추측 [4] 도야지 2014.04.17 3878
111110 감우성 화이팅 [4] 가끔영화 2011.02.05 3878
111109 [질문] 영화감독의 수입 ㅡ 손재곤 감독의 경우 [4] clutter 2010.12.04 387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