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깨시민

2013.01.11 14:32

rererere 조회 수:4629

왜 빈곤층이 새누리당에 표를 던지는가, 라고 울분을 토하기 이전에 우선 자신은 정말 그것을 진정으로 원해서 그것에 표를 던졌는지도 의심해봐야합니다.

 

저는 소위 '깨시민'이라는 단어를 고종석 트윗을 통해 보고 나름 통쾌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와 정치적 성향은 다릅니다만.

 

저는 이 깨시민으로 묶을 수 있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한국 진보정치의 발목을 붙잡는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깨시민들은 정치를 팬덤화합니다. 그래서 특정 인물, 정치인에 심하게 매혹됩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유시민을 들고 싶습니다.

 

언제나 자신의 진정성있는 신념이 아닌 추상적 '대의'에 호소합니다.

 

그런데 그 대의가 진정한 대의도 아닙니다. 무슨말이냐면 그들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매혹된 대의가 아니라

 

한 수구정당에 대한 절대적 반대라는 부정적, 소극적 논리에 의해 산출된 헐벗은 대의에 사로잡혀있습니다.

 

그리고 진보정당을 향해서는 신념에 휩싸인 자들이라 쉬이 단정짓지만 사실 이들이 반박할 수 있는 유일한 논거는 최악이 아닌 차악이 승리해야 '사회적 약자'들에게 덜 고통스럽다는 위선적인 논리입니다.

 

저는 그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남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부터 말할지어다.

 

여하튼 깨시민들에게는 대의가 없습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길 진짜로 원하는지, 그것이 비어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입니다. 선거가 끝나면 남탓하는게 취미구요.

 

소위 "너 때문에 졌어."

 

그런데 이것은 정치에 있어서 한갓된 것일 뿐 본질적인 것과 무관합니다.

 

여기서 "너"는 진보정당의 후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진영의 특정 세대, 지역민이 되기도 하지요. 이들은 이렇게 자신을 관찰하기 보다는 외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이 다수포진된 커뮤니티를 돌아보게 되면, 뭐 엠팍이라든가, 여기 듀게라든가, 등등 정치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정치공학적' 논의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아주 쉽게 말하면 이거죠.

 

"아 이번 선거에서 걔네들 말고 '걔네들이 아닌 애들'이 돼야하는데 ㅠㅠ"

 

사실 깨시민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격률은 오로지 이것 뿐입니다.

 

저기 울고 있는 이모티콘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언제나 울고 있죠. 줏대가 없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어요. 선거는 언제나 이벤트로 바라봅니다.

 

어떤 깨시민에게 대선이나 총선은 권태로운 일상을 흔들어줄 무언가가 됩니다. 마치 프로야구를 관전하며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깨시민들은 이벤트가 끝나고나면 격정적으로 힐링에 몰입하고(즉, 다른 최면제를 찾고) 서서히 잊혀지면 더 이상 정치를 정치로 사유하지 않습니다.

 

다시 싸이클이 돌아오면 깨시민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열띤 응원을 시작하지요.

 

 

사실 제가 과도하게 일반화를 하고 매도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나,

 

이러한 면면들이 소위 범야권(?)이라는 그 아리송한 진영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쇄신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요. 그게 왜 안되는지에 대해서 우린 쉽게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깨시민들이 촛불집회 이후에 자주 써먹던 표현 중에 하나인 토크빌의 말을 빌리자면, '국민들은 자신들의 수준에 부합하는 정부를 갖는다' 라고 하지요.

 

이 공식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깨시민은 그 자신들의 수준에 부합하는 민주당을 갖는다"

 

 

핵심을 추리면 이렇습니다.

1. 정치를 팬덤화

2. 진정 원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 상상과 실천이 아닌 최악에 겁먹은 차악에 대한 환상

3. 고로, 언제나 기회주의적인 행동패턴 그리고 남탓.

4. 민주당이라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돌고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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