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있어, 세부적인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와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의 연관관계 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넓은 관점에서 따져보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일이라 타자를 두드려봅니다. 저에게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한 토로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 결과에 이르렀을 때 해결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이도 분명한 추측의 범위 안에 들지만 개인적인 추측으로써 그 과정이 하루가 되었든 제 일평생이 되었든 해결이 된다면 저는 오랜 시간 생각 날 때마다 노력해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버릴겁니다. 중간의 감정 교류는 제게 관심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부정적 관심 교류라면요. 서로 사랑하며 살기도 바뻐 죽겠는데 증오까지 하는데 시간 들이기 아까워요.


일단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듀게 내에서는 존재합니다. 이미 듀게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언어적 규약에 동의하고 있거든요. '트롤'이나 '깨시민'이나, 심지어 '바보'라도 욕설의 범위에 넣으면 됩니다. 반말이라고 하기엔 거의 불가능하니까 욕설 카테고리에 넣는게 가장 빠르죠. '트롤'이란 말이 욕설에 들어가게 되면 이제 그 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거나 아주 짧은 틈을 파고들어 펜싱 검을 날리듯이 가끔씩만 쓸 수 있을 겁니다. 이게 가장 편하고 빠른 길이에요. 저에게 있어서 문제 해결이란, 1. 많은 시간을 보내본다. 2. 더 많은 시간을 보내본다. 3.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본다. 가 있기 때문에 일렬의 이러한 소동이 적어도 3개월은 이어져야 해결에 대한 직접적인 욕구가 생길꺼고 그 때 쯤에서 '깨시민'으로부터 모욕이 느껴진다라고 하며 욕설 사전에 등재시키면 될 듯 합니다. 뭐, 저는 그 단어도 별로 싫어하진 않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해결 방법 중에 하나는 단어를 '사어'로 만들면 됩니다. 단어를 죽이는 방법은 이 뿐입니다. 내 눈에서 안 보이게 하거나, 내가 그 단어보다 오래 살거나. 어떤 단어이든 그 단어를 남에게 쓰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죠. 혹시 모욕죄나 명예훼손 같은 것이라면, 강제하는게 아니라 '내 눈 앞에서 안 보이게 바꾸기'에 속합니다. 언어보다 더 상위 단계의 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 없는 것 중에 생각이 있겠고, 아시다시피 그것을 강제하려고 노력했던게 자아비판 등의 노력들이었죠. 우리가 서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혐오하는 언어의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제거를 주장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네, '쓰지 말아봐요'라고 말해볼 수는 있습니다만 그것은 개인적인 노력의 일환이므로 실 사용자들을 막기엔 매우 힘들죠.


제게 있어 누군가를 지칭하는 라벨링은 매우 피곤한 일이지만 어떠한 특정 무인적인 논리를 설명하는 단어는 그렇게 피곤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그 단어가 없어서 사람들이 매우 괴로워하고 있었을수도 있거든요. '넌씨눈'이나 '답정너'가 얼마나 훌륭(?)하게 지칭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지칭했으며 그것들에 대한 대처를 하게 만들었는지 보세요. 다른 예로는 저는 '멘붕'이란 단어를 게임상에서 처음 접했을 때 이렇게 거대하고 강력한 언어도구가 될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번 대선 정국에 '멘붕'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사람들이 그렇게나 책임감 없는 말들을 '멘붕'의 기치아래 할 수 있었을까 다른 친구들과 토의해보기도 했죠. '패닉'이라는 단어가 있긴 합니다만 '멘붕'보다 강렬하지 않고 그 아래 말하기도 애매하죠. 어찌되었든 이러한 단어의 범위 설정이라는 것이 그 설정된 정의가 유의미한 사실을 품고 있고 그 사실들이 지시하는 방향이 생각해 볼 만 하다면 쓸모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번째 방법으로써의 단어에 대한 대처인데, 이것은 꼼꼼하고 오래걸리며 유심히 힘을 쏟아야 되는 일입니다. 그 단어의 세부를 해체시키며 좋지 않은 뜻들을 더욱 집어 넣고 그것을 그 상황에서 쓸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하는거죠. 그렇다면 언어는 사용자의 수를 먹고 사는데 힘을 잃고 스러져버릴 것입니다. 뭐, 매우 소수가 쓰기야 하겠지만 시대나 흐름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겠죠. (아니면 그 단어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지 말라는 조언이 있겠습니다만, 그건 감정보다 논리가 우세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임시방편 같은 말이니 패스.)


밈이라고 불리는 실용적인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는 밈의 흥망을 막을 순 없어요. 아주 교묘한 전략만이 그것들의 목을 조르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아 있다면 완전히 죽었다고 할 수 없죠. 특정 단어가 싫다면, 그 단어를 망각하도록 도우세요.


결론을 내는게 우습지만, 마무리하자면 이런 말입니다. 어떠한 단어를 죽이려고 머리 속에 마지막까지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그 단어를 보존시켜주고 있다는 모순에 걸려들게 된다는 겁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란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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