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학이라 여친이 거의 매일 집에 와서 잠자는 시간 빼고는 전부 붙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전혀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전 저 개인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 요즘 다시 한번 느껴요.

여친이 오면서부터 좋은 점도 많지만,

일단 저 혼자 책 읽고, 음악 듣고, 차 마시는 시간이 다 사라졌어요.

책 대신 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보고,

음악 대신 같이 나들이 나가게 되고,

차 대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게 되요.


이 모든게 전 길어지니 마음속에 욕구불만 같은 것이 생겨요.

떨어져 있을 때는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더니,

막상 같이 붙어 있으니 혼자 있던 날을 기다리는군요.


같이 하는 게 싫다는 것은 아니고

저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요.


앰프에 참으로 오랜만에 전원을 넣고,

손에 닿는 아무 시디나 돌려봤습니다.

얼 와일드의 리스트 음악이 걸렸네요.

차는 좋아하는 우멍다가의 황토 발효차를 마시며 

지금 글을 쓰고 있어요.


오랜만에 마음껏 충족한 카페인의 효과로

심장 박동수가 점점 상승하고 있고, 손이 살짝 떨릴 준비를 하고 있네요.


리스트의 제자인 유진 달베르의 제자, 셀머 얀슨, 파데레프스키의 제자인 파울 도게뢰, 부조니의 제자인 에곤 페트리, 

러시아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시몬 바레레의 아내인 헬렌 바레레, 이시도르 필립의 제자이자 생상의 제자였던 볼랴 코사크의 제자... 

이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가 얼 와일드 입니다.


얼마전에 100세를 다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셨죠.

50세인가 연하 동성 애인의 품에서 돌아가셨다고 해요.

이 양반의 음악을 들을 때면 이 어마어마한 커리어가 

미국이라는 이름값때문에 사장되는구나 생각하게 되요.


그러고보면 번스타인이 얼마나 대단한 지휘자인지 새삼 깨닫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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