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에 알게 되고, 그해 7월부터 카톡을 주고 받던 사람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났던 사람이었고, 연락을 주고 받은 후 딱 두 번 같이 영화를 봤습니다. 이땐 호감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러다 9월 쯤 그쪽에서 연락을 끊었었는데 자꾸 그 사람 생각나서 제가 다시 연락을 취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카톡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주고 받는 카톡에서 호감이 좋음으로 깊어지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만나서 영화를 보자, 저녁을 먹자고 몇 번 얘기를 했었는데 그 쪽에서는 거절을 하더군요.

거절의 이유는 '너한테 관심 없어'가 아니라, 추워서 싫다, 원래 밖에 잘 안 나간다 등등이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자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기쁘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기뻤었고 당연히 상심했었습니다. 이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나.. 싶었던게 몇 개월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또 만나자는 얘기를 자주 꺼낼 수 없었습니다. 혹여나 귀찮게 하는건 아닐까 싶어서였죠.

 

그 기간 동안 주위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상처 받더라도 호감과 좋음(사랑인지는 모르겠습니다)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 보라고 하더군요.

물론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용기가 부족했고, 그 부족한 용기를 '지금의 관계도 끊어질까봐'라는 핑계로 둘러댔습니다.

대신 '너에게 호감과 좋음이 있다'라는 분위기의 언급은 몇 번 했습니다. 이 사람은 아마 눈치를 채고 있겠지요.

 

연락을 주고 받던 몇 개월 동안 하루에 열 몇 통씩은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엊그제쯤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연락이 안되더군요.

혹시 실수한거라도 있나 싶어 이리저리 생각해 봤지만 별 다른게 없었고, 그러다 어떤 문제라도 생겼나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지금 필리핀에 있다고, 와이파이가 잘 안된다는 말만 보내왔습니다.

요근래에 필리핀에 대한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고간건 전혀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여행에 대한 어떤 내용이라도요.

바람 쐬러 나가고 싶다라는 저의 말에, 자기도 약간 그렇긴 하나 현관문만 열면 그 생각이 가신다던 이 사람의 말이 여행과 관련된 말이라면 말이겠지요.

약간의 화와 약간의 외로움과 약간의 슬픔 등이 오묘히 섞인 감정이었습니다.

감정을 느끼면서 '아... 이 사람에게는 내 의미가 정말 미미한가보다'라는 생각을 되뇌였습니다. 그리고 정리를 해야지,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된 지금에는, 이 사람에게 내 의미가 미미할지라도 이 관계라도 유지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어떤 조언을 구하려고 이 글을 쓰는건지, 아니면 털어 놓을 곳이 없는 답답한 마음에 쓰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후자가 더 클 것 같긴 합니다만.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쏠의 한계일까요.

귀국하면, 여행의 기분을 망치지 않게 조금 시간을 두고 제 마음을 다 얘기할까 싶기도 합니다. 여전히 확신은 없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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