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좋았습니다.'사냥'의 은유를 통해서 누명을 쓴 한 남자와 마을 사람들 간의 이야기를 이성의 불완전성과 인간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시킵니다. 감독의 연출은 건조한 와중에 종종 강렬한 순간들을 남기고,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매즈 미켈슨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영화는 좋지만 보는 내내 상당히 불편하긴 합니다ㅠㅠ 예상할 수 있는 최악까지 뚫고 들어가지는 않지만, 영화는 최악으로 가기 전 갑작스레 화해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시간을 훌쩍 넘어 그 이후로 가 버림으로써 지울 수 없는 찝찝함을 관객들에게 남깁니다. 



영화는 이렇게 좋았지만 처음 가 본 아트나인에 대한 인상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아트나인은 메가박스 이수(구 씨너스 이수) 윗층에 새로 생긴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씨너스 이수 시절에 (씨너스 이채 등과 더불어) '앳나인 미니씨어터'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리고 아트나인이 예매창구에서 메가박스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티켓도 메가박스를 쓰는 걸 보면, 아마도 운영은 메가박스(실질적으로는 씨너스죠.) 측에서 같이 하는 모양이에요. CGV 무비꼴라주관 개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그렇게 보면 아트나인 쪽에서 내건 '강남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씨너스 이수는 예전부터 음향 쪽에 유달리 각별한 신경을 쓰기로 유명했죠. 그쪽에서 관리한다면 아마 아트나인도 상영 환경 쪽엔 어느 정도 신경을 쓰긴 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밖에 있습니다.


골든시네마타워 건물 자체가 일단 높기만 높지 그닥 넓지가 않습니다. 딱 보기에도 상가 느낌이 물씬 나죠. 그런데 아트나인은 그 건물 한 층에 작은 관 두 개를 들여놓았습니다. 여분 공간은 당연히 협소합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선지 그 나머지 공간을 'EATNINE'이라는 브런치 카페로 채웠습니다. 칸막이가 없어서 영화 상영 시간 대기 공간이 그대로 EATNINE의 공간이 되는 식입니다. 영화 보러 온 사람들이 대기하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잇나인에서 돈 쓰는 걸 유도하려던 모양인데, 그 결과가 썩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영화 대기 공간이 마땅히 조성되어 있지 않으니(테라스 같은 곳이 조성되어 있긴 한데 이 추운 날씨에 그 밖에서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아트나인이 12층인데 엘리베이터 타고 7층 메가박스 대기 공간 가서 기다리다가 다시 12층으로 올라오는 건 얼마나 귀찮은가요?) 대기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잇나인 테이블들을 차지하거나 혹은 그 주변에 뻘쭘하게 서 있게 되는데, 덕분에 분위기는 엄청 어수선하고 잇나인 손님이나 상영 대기자들이나 피차 기분이 썩 유쾌하지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저라면 나중에 아트나인을 다시 오더라도 잇나인에서 뭘 먹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게다가 운영을 메가박스 측에서 같이 하는 것 같은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여러 모로 운영이 미흡한 모습을 많이 보이더군요. 메가박스하고 같은 건물에 위아래로 붙어있는데다 운영도 같이 하는 티가 나니, 자연스럽게 메가박스 매점에서 팝콘, 콜라 등을 사 가지고 올라온 사람들이 꽤 보였습니다. 그런데 '메가박스 상영관들은 음식물 반입이 되지만 아트나인 상영관은 음식물 반입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저는 극장에서 뭐가 됐든 잘 먹지를 않고 남이 뽀시락거리며 먹는 소리도 썩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 입장인지라 아트나인에서 음식물 반입을 금지시킨 건 반갑지만, 바로 아랫층 상영관에선 허용되는 게 윗층 상영관에선 금지된다면 양쪽 모두에서 그 사항에 대해 똑바로 공지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팝콘 사 들고 왔다가 입장 저지 당하고 팝콘 빼앗기는 사람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 옆에서 제가 다 답답할 정도더군요. 

그리고 두 관의 영화 시작 시간이 같았는데도 굳이 한 관 먼저 입장시키고 다른 관 나중에 입장시키는 짓을 해대서 입장 지연을 시키더니, 명확히 좌석번호까지 찍힌 티켓을 나눠주면서도 배부를 어떻게 한 건지 자리에 못 앉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 군데군데 빈 자리에 끼워 앉히느라 상영 시간이 더 늦어진 것도 속 터졌어요. 시사회 여러 번 가 봤지만 이런 시사회는 처음이었습니다.

시사회라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습니다만 관객 매너도 정말 안 좋더군요. 특히 삼각김밥 몰래 가방에 넣어 와서 부시럭부시럭 까드시면서 서로 수다 떨며 보시던 두 아주머니와 혼자 미친듯이 궁시렁대면서 보던 내 앞자리 인간은... 정말 보는 내내 '사냥'하고 싶은 충동이 일더라고요.

영화 끝날 때 보니 상영관 구조에도 문제가 좀 있습니다. 영사기가 너무 낮게 위치해서 엔딩 크레딧 때 사람들이 일어나면 사람들의 머리가 화면을 반 이상 가려 버립니다. 아트하우스 모모 같은 곳도 사람들이 일어서면 화면을 일부 가리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아트나인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어제 같은 경우는 시사회였고 관객들을 다 입장시킨 다음에야 상영을 시작했으니 큰 문제까지야 없었습니다만(물론 엔딩 크레딧까지 감상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이 정도도 무지하게 짜증나죠.) 평소 상영할 때 지연 관객이라도 생기면 아... 상상하기만 해도 짜증이 샘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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