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로 다크 서티' 보고 왔습니다. 이건 미국인들을 위한 힐링 영화로군요. '힐링'이란 말이 하도 자주 쓰이는지라 이 말을 저는 좋아하진 않지만요. 아마 미국인이라면 이 영화가 던지는 여러가지 메시지를 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승전결 전부를요. 그러나 저는, '남영동 1985' 이란 영화를 낳게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기' 부분부터 도저히 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고문 하는 쪽보다 받는 쪽에 더 감정이입이 되어서요. 이 영화는 정말 미국적입니다. 고문 당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여주인공의 대사 조차도 미국인 적이예요. 상황에 대한 '책임'을 구분하면서, 고문받는 상대방과 고문하는 자기 사이에 거리를 떼어놓습니다. 


영화가 '승'으로 접어들면서는 추격자 쪽에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특히 조직의 불합리성, 리더십,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작전이 사실은 운빨 70% 이상이라는 거, 조직학 쪽에서 논하는 모든 문제점들을 비주얼로 보여주는 듯 했어요. '결' 부분은 아무래도 군사 무기쪽이나 작전 분야를 아는 사람이라면 흠뻑 빠져서 볼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쪽에 문외한인데도 손에 땀을 쥐고 외마디 비명을 질러가며 봤습니다.


다시 이 영화를 보기 전으로 돌아가서 '제로 다크 서티'를 볼 거냐, '마마'를 볼 거냐, 하면 아마 쉽게 판단을 못내릴 것 같아요. '마마'를 보고 싶기는 한데, 이 영화는 봐두는 게 앞으로 미국인들과 공통 대화 소재를 만드는 데 유용할 것 같아서입니다. 한국에서는 미국에서만큼 흥행이 안 될 것 같습니다.


2.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 시점에서 왜 이 사람이 헌법 재판소에 와야 하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하면 4대강 사업 및 기타 등등과 관련해서 분명 소송에 휘말릴 것 같아요. 통치행위라 처벌할 수 없다 어쩌고 하고 가게 되면 결국엔 대법원 통과해서 헌재로 가겠죠. 물론 헌법재판관들이 한 표씩 던질 수 있는 것이니 재판소장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지만, 분위기는 또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동흡 후보가 통과되면, 이 사회가 이런 에토스가 무너진 인물을 법질서 수호의 정점에 세웠다는 뜻이 되고, 그러면 이게 암묵적인 norm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시점에서 이동흡 후보 관련 기사는 무수한데, 대부분 편법입니다. 아마 이 시점에서 이동흡 후보를 낙마시키려면 두가지가 필요할 거예요. 제일 좋은 건 스폰서 의혹을 정말 파헤쳐주는 언론이 있거나, 또 하나는 외환거래법 위반을 가지고 들어가는 수가 있을 겁니다. 3만 6천달러를 송금받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는데, 여기에 대한 이동흡 후보 혹은 배우자의 송금 내역이 없다고 서영교 의원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 노무현 대통령 걸고넘어가던 것과 같은 방식인데, 명목상으로는 외환 거래법 위반이라지만 사실 잡고자 하는 건 돈의 출처지요. 돈의 출처가 기업 스폰서라면 아마 최고 7년 징역형 (장차관 급에 해당하므로)에 해당할 겁니다. 이미 이동흡은 해명에서 '예금통장은 배우자가 관리하였으므로 자세한 내용을 후보자가 알지 못한다'고 맞춰두었으니, 최악의 경우에는 배우자를 밟고라도 헌법재판소장 자리에 올라가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이동흡 후보의 삼녀가 다녔다는 토머스 제퍼슨이 세운 University of Virginia는 미국 공립학교 중에서 학부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중의 하나라서 유명하지요. (이동흡 후보자의 삼녀는 석사를 다녔다고 함.) 버지니아의 산다하는 집안들은 여기로 자녀를 보낸다 들었습니다. 연간 학비가 24,000달러에 생활비가 8,000달러였다고 서영교 의원은 추정했는데, 사실 저는 과연 연간 생활비가 8,000달러로 가능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한달에 667달러로 살았단 말인데 이 동네 월세만 해도 상당할 텐데, 삼녀께서 빵하고 쨈만 먹고 살았다고 해도 무리한 금액입니다. 그리고 미국 건축사무소가 얼마나 월급이 짠데 (정직원도 월급이 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턴으로 근무하여 여름방학 6개월 (2007년 3개월=$8,000, 2008년 3개월=$10,000)에 만 팔 천 달러를 벌었다니 좀 의아하게 생각되는군요. 게다가 2008년 12월에 유학이 끝났으니까, 2008년 5,6,7월에 번 돈이라는 만 불은 사실상 2006년 8월부터 2008년 4월까지의 생활비에 도움이 못되었을 것이란 말입니다. 등록금은 매 학기 초에 냅니다. 그리고 생활비는 매달 필요하죠. 그러니까 2007년 여름에 벌었다는 돈은 월급을 받는 2007년 6월에나 도움이 되는 것이요, 2008년 여름에 벌었다는 돈은 2008년 6월 이후에나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 유학생은 뉴욕이나 보스톤이 아닌 이상 차 한 대는 필요합니다. 그러면 2006년 8월에 장학금을 받았다고 해도 최소 6,000달러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필요하고, 생활비라는 677달러도 '매달' 필요합니다. 다시 2007년 1월에 6,000달러가 필요하고, 또 매달 생활비, 또 학생이라지만 건강보험료, 차를 굴렸다면 차 보험료, 가스값도 필요하죠. 이건 인턴을 해서 되는 돈이 아닙니다. 송금내역이 없다면 충분히 질문해볼 만 하지요. 



이하는 서영교 의원이 공개한 내역을 타이핑했습니다. 

minimum costs w/o a car

(tuition & fee $24,000 + living expenses $8,000 ) * 2.5 year = total $80,000


학비조달 

scholarship $12,026 /year * 2.5 yr = $30.065

2007 internship / 3 months = $8,000

2008 internship / 3 months = $10,000

송금 $12,000 * 3 yr = $36,000

total $84,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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