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크게 고미숙, 리상호, 김혈조 세 분의 작품중 선택하려 듀나에 여쭤봤더니 김혈조님걸 추천해 주시더군요.

현재 1권 300페이지를 읽은 시점에서 잘 선택한 듯 합니다.  한동안 책을 너무 빡세게 몰아 읽었더니 책읽기가 질리려 했는데 열하일기 너무 재미있네요.

 

리상호판은 북한 어투가 어색할 듯 하고,

고미숙판은 제대로 오리지널이라기 보다는 가공한 느낌이 들 것 같더라구요.

김혈조 교수님은 연암 전문가시라는게 든든한데다가 주석이나 사진자료도 풍부하고, 심지어는 원문속 박지원의 오류도 정정해주시더군요.

 

도올이 언젠가 옛위인들만 존경하지 말라면서 현시대에도 충분히 존경할만한 분들이 가득하다 하셨는데

책을 읽으며 알게되는 한 분, 한 분의 열심인 학자분들을 보면 참 감사하고 즐겁네요.

 

참고) 저도 깊이있게 알지는 못하지만...(알고 계신 분들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노명식 교수님 - 서양사학

김원중 교수님 - 사마천 사기

김혈조 교수님 - 연암 박지원

박종현 교수님 - 그리스 철학

 

1.제대로된 북벌론

먼저 조선 선비들의 반청복명은 나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네요.

평생을 공부한 유교의 세계관 속에서 청나라를 받아들이고 섬긴다는게 쉽지는 않을듯 합니다. 일종의 인지부조화라 할까요?

 

연암도 청나라에 대해 그리 달갑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만 허생전속에 녹아들어 있듯이 진정 청나라가 싫고, 청나라를 넘어서려 한다면

청나라의 나은 문물은 빠르게 배워 힘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2.참외 사기꾼 한족

연암이 일행보다 조금 뒤떨어져 오다가, 할아버지에게 속아서 참외를 바가지 씁니다.

나중에 일행들을 만나 속은걸 알게되니 일행들 말이 한족이 그렇게 잘 속인다고, 만주족들은 그런 부분은 없다 이야기합니다.

 

3.여자

연암은 만주쪽보다 한족 여자들이 좀 못났다 하네요. 북방계가 미인이 많긴 한듯 합니다.

그리고 시내로 들어서며 남자들끼리 히히덕거리며 여자들을 '찜'하며 자기들의 '첩'삼겠다고 놀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학창시절 도서관 앞에서 친구들이랑 지나가는 여학생들 외모 점수주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그때나 지금이나 별다를거 없네 싶더군요.

-좋은 모습이라는 것은 아니고 못난 모습이지만 그 시절엔 그러했다 이야기하는것이니 오해는 없으시길...

 

4.필담

우연히 만나는 중국인들과 필담을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짧은 만남이지만 마음이 통하고 깊이 존중하는 멋이 있습니다.

 

5.벽돌과 수레

연암은 청나라에 굽신거리는 사대는 아니지만 냉철하게 청나라의 나은 문물에 비해 한참 부족한 조선을 안타까워하며 배우고 싶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우리만의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열하일기속 조선은 많이 부족해보이는게 사실입니다.

*그랬던 청나라가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유럽열강에 짖밟히는 걸 본 조선은 얼마나 멘붕이었을까요? 청나라도 제대로 못배웠는데

 

그 중 가장 신기했던게 벽돌과 수레였습니다.

벽돌은 아예 가마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정조도 열하일기를 읽었다면 왜 이런건 바로 배워 써먹지 못했을까요?

수레는 진시황때 이미 수레의 폭 같은게 정해지고 활용된걸로 아는데 열하일기를 보면 조선은 그때까지도 수레를 제대로 못쓰는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수레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6.기상새설, 계명부가

당시 중국의 가게에 붙어있던 글귀라는데 은근 풍취가 있네요.

기상세설은 직역하면 찬 서리와 흰 눈 - 그런데 사실은 곱고 하얀 가루를 파는 집, 혹은 국수집이었고

계명부가는 닭울음에 비녀를 꽂는다 - 장신구를 파는 집이랍니다.

 

7.전쟁터의 북소리와 징소리

열하일기에 "일진일퇴하는 북소리, 징소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리동혁의 "삼국지가 울고있네"에 보면 이문열의 무지를 비판하며 설명이 나옵니다.

당시 전투에서 북소리는 진군, 징소리는 퇴군하라는 의미였다는 거죠.

참고로 장비는 이걸 역이용해서 병사들에게 신호와 반대로 행동하게 하여 전투를 승리하기도 합니다.

연암도 이것을 알고 있었군요.

 

8.중국산을 대하는 한국인의 변함없는 자세

"귀국의 값진 물건을 다루는 방법이 우리 중국과 다른 듯합니다. 언젠가 귀국의 장사치가 비록

약간의 차와 약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물건이 상품인지는 따지지 않고, 값만 헐한 것으로 사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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