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에서부터 놈놈놈까지 점점 제 취향과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번 '악마를 보았다'로 확실한 결론을 제시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자리 운이 좋질 않아 맨 앞좌석에서 고개 쳐들고 봤던 저로써는, 수고스럽게 본 영화치고 영화가 상당히 별로였습니다.

 

 

1. 잔인할꺼면 더 잔인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수현의 복수 방식 자체가 최대한 극한으로 밀어붙었다가 다시 살려주는 것인데,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지루함만 느꼈습니다. 엔딩에서 오대수의 잘린 머리가 주는 충격은 쓸데없는 인물들에게 넘어가다 보니 충격이 절반이 되더라구요. (영화 '세븐'에서의 후반부와 상당히 비슷한 장면이었지만, 그 보다 충격이 훨 덜했습니다. 아마 '악마를 보았다'와는 상반된 캐릭터때문이겠지요. 따라서 엔딩의 충격을 강화시키려했다면, 기존의 폭력의 강도를 더 높이거나 엔딩의 방향을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 수정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악마의 냄새보다는 짜집기의 냄새가 더 심하게 풍겼습니다. 앞서 말한 '세븐'도 그렇고, 복수는 나의 것에서부터 금자씨까지 이건 뭐 대놓고 친목과시용 영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킬레스건을 절단한다거나, 김옥빈같은 캐릭터가 있다거나, 갑자기 밥먹다말고 강간을 한다거나 등등. 오마쥬인 줄 알았더니, 본인 입으로 아니라고 하시네요. 그럼 뭐죠 이게..여튼 이래저래 짜집기 영상이 많다보니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3. 무엇보다도 자신의 복수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식으로 강행하는 수현이 이해가질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이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볼까?..이런 마인드 였을까요. 딱 그 지점 뒤로부터, 모든 상황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4. 오대수가 수많은 여자들을 겁탈하거나 살인할 때, 여성들을 왜 그렇게까지 성적으로 묘사했는지 의아합니다. 쓸데없는 부분에 시간들인다라는 느낌까지 받을 지경이었습니다.

 

5. 오대수가 영화 내내 입고 있던 십자가가 그려진 옷은, 볼때마다 낯간지러웠습니다. 너무 뻔히 보이는 상징이라...; 뭐 그것을 제외하고도, 백미러에 천사표 날개가 반짝이는 것, 기타치는 것, 오대수 친구집에서의 격전을 벌일 때 총(경찰)과 칼(범인)의 주인이 바뀌었을 때 등등 너무 관습적인 상징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좋았던 점은 오히려 대사부분이었습니다.

수현의 약혼녀 태주가, 자신을 죽이려는 오대수 앞에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안 죽이면, 안 돼요?'라는 식의 대사나

'이거 완전..개 사이코아니야? 이거?'하는 사이코 오대수의 대사나.

블랙코미디도 좋았구요.

 

 

뭐, 여튼 개인적으로 몹시 별로였던 김지운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4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4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99
121057 꾀보들의 세상 [2] 가끔영화 2010.08.16 2405
121056 자랑:) 이병우씨 싸인받았어요 오 ㅋ [2] 서리* 2010.08.16 2683
121055 결혼 서약서 아세요 [2] 가끔영화 2010.08.16 2887
121054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 : 층간 소음 [8] zaru 2010.08.16 3801
» 최악이었던, 악마를 보았다. (스포있습니다) [9] 교집합 2010.08.16 4197
121052 여러 가지... [14] DJUNA 2010.08.16 3888
121051 그랑프리 (김태희, 양동근) 예고편 [21] fan 2010.08.16 3136
121050 오늘 동이... [41] DJUNA 2010.08.16 1904
121049 오늘 구미호 [68] DJUNA 2010.08.16 2863
121048 (바낭) 꺄하하 여름아 물러가라-_- [2] 사람 2010.08.16 4829
121047 (바낭)_볼리비아 사진 [3] Maleta 2010.08.16 5589
121046 [듀나in] 서울 나들이에 관한 질문 몇가지를 드리고 싶어요. [8] 낭랑 2010.08.16 4665
121045 [듀나인] 인사동에 조부모님과 함께 갈 만한 밥집 [7] hybris 2010.08.16 2924
121044 더 이상의 기술적 발전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까요? [6] 불별 2010.08.16 5075
121043 마음이 두근거려서 걸어오다 주저앉았어요. [19] 꼼데가르송 2010.08.16 4897
121042 짧막한 깨달음:덱스터 4와 "악마를 보았다"의 상관관계(스포일러) [2] 라인하르트백작 2010.08.16 2916
121041 [듀나인] 세입자가 고소를 했습니다. [7] 에셈 2010.08.16 3939
121040 관람 전 착각때문에 더 재밌게 본 영화 [3] 토토랑 2010.08.16 2477
121039 저기 아래 픽업아티스트 만화를 보고 나서.... [8] soboo 2010.08.16 4682
121038 [듀나인] 혹시 영화분석 ,리뷰,토론을 하는 모임 없을까요 [5] 한소년 2010.08.16 214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