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1 22:09
제가 정말 궁금한 것 중에 하나에요. 다른 사람의 상상의 형태는 어떻게 생겼을지 말이죠. 생각과 상상은 두 개가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생각은 논리나 언어적 형태를 만들어야 할 때,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창작할 때 머리 속에서 구현되는 형식이고, 상상은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설명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그것이 설명하지 않는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두 개의 명확한 차이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게는 차이가 있으므로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서 물어봅니다.
저의 생각은 언어적 형태로 되어 있는데, 가끔은 이미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도 미리 머리 속에 정리된 것을 쓰는 것이 아닌,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것들을 긁어다 모으는 느낌으로 제 머리 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주워서 정육면체의 나무조각 형태의 블록을 쌓아 올리는 느낌으로 씁니다. 그리고 평소에 기억해놓는 글의 소재들은 매우 엉성하고 뼈대만 있는 경우가 많아, 직접 글을 쓸 때가 되어서야 그 블록 들 하나 하나를 유심히 살펴볼 수 있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감각적인 글은 그럭저럭이지만 논리적은 글은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엉성하게 유지됩니다. 첫 번째 블록과 다음 블록의 공통점은 제가 느끼는 유사성 밖에는 없고, 그것을 통해 논리를 형성하려면 그 때 그 때 설명을 붙여야 되거든요. 그것이 제 생각의 형태입니다.
제 상상의 형태는 이미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각적인 것은 거의 없고 청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언어적인 청각이죠. 그래서 글을 읽을 때 딱히 시각적인 묘사를 신경쓰지 않고 읽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책이 영상이나 만화로 나왔을 때, '으잉? 저게 저렇게 생겼었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의 형태가 저렇게 생겼다니 말도 안돼!' 하고 책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것을 만든 쪽에서 최대한 책의 이미지를 구현하려고 노력할 때가 많더라구요. 책을 읽으면서 목소리가 들리시는 분들은 많으리라고 생각하구요. 채팅을 할 때도 목소리를 상상하며 채팅을 하게 되고, 글을 읽을 때도 목소리를 상상하게 됩니다. 채팅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누가 '제 목소리 어떻게 들려요?'라고 물어봤는데 제가 목소리를 묘사하는 것에는 완벽하게 잼병이라는 사실만 알았을 뿐입니다. 들리는데, 목소리를 묘사를 하질 못하는 그 끔찍한 답답함!
누구는 책을 읽으면서 색감이나 그런걸 보면 눈에 보인다던가, 명확한 이미지가 없으면 책을 읽을 수 없다던가 한다니 분명히 다들 상상의 형태가 꽤 다르겠죠. 생각의 형태도요.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그리고 혹시 이러한 것에 대해 인간 개개인에 대한 연구가 있는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아무래도 '심상'이라는 단어가 이쪽 계열일 듯 싶은데 그 계열에서 적절한 책을 본 적이 없지 말입니다ㅠ.
2013.02.01 22:18
2013.02.01 22:31
2013.02.01 22:36
2013.02.01 22:44
2013.02.01 23:06
2013.02.01 23:23
2013.02.02 01:07
2013.02.02 01:25
2013.02.02 10:30
2013.02.03 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