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는 여배우들

2013.02.04 19:18

티포투 조회 수:5083


일본 핑크영화 배우 중, '하야시 유미카'라는 배우가 있었어요.


2005년에 35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의문사했는데, 자살이라는 설도, 수면제 부작용이라는 말도 있었죠.

핑크영화 팬들 뿐 아니라, 특히 그 쪽 감독이나 업계 관계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서 사망 후에 회고전이 열린다거나 다큐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감독실격>이라는 다큐영화로, 연인관계였던 감독과 유미카의 죽음 이전,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다룬 다큐 영화가 나왔었죠.

영화 감독인 히라노 카츠유키에 관해서는 이와이 슌지와의 대담회도 있었더군요. 피사체를 찍는 방식이라던가, 배우와의 거리두기를 굳이 하지 않는 점이라던가...

몇년 전부터 홍상수보다 히라노 카츠유키의 영화가 재밌어졌습니다.

유미카 사망 후 나온 영화 중에는, 재일조선인 감독이 한국성인영화에 출연했던 유미카를 회고하는 <안녕, 유미카>라는 작품도 있어요.



요절이라면 요절이니, 애초에 나이가 어려보인다, 들어보인다는 이야기도 우습지만,

보다시피 이 분은 얼굴 자체가 꽤 동안형 배우에요.

얼굴선과 눈코입이 동글동글하죠. 이때가 만 26세 정도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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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감독의 <유미카> 중 한 장면.

이 다큐는 당시 연인관계였던 히라노 감독과 유미카가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 자전거 일주를 하는 로드무비입니다.

자전거 여행의 피로에 정신적으로 핀치에 몰린 나머지, 공중전화박스에서 모친에게 울며 전화하는 유미카.

엉엉 울면서 힘들다고 하다가, '멜론 보낸 거 받았어?!'라고 묻는 장면이 압권이었죠.

등에 배낭만 짊어지고 장거리 자전거 일주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가 가는 고된 감정선이 영화에서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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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유미카.


그러다가, 이로부터 몇년 후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30대의 유미카 인터뷰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실제 동안형이고, 언제나 동안일 줄 알았던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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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으로 영상 속에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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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동안형 얼굴이었는데, 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 건 단순히 인터뷰 속에서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약 5년 안팎 지난 것 뿐인데, 한 여배우의 말투나 사소한 제스쳐가 아주 미묘하게 '변화'해있고 그게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거, 

그걸 보는 기분은 왠지 모르게 흐뭇한 기분이었어요. 

그건 단순히 '주름이 없었는데, 주름이 생겨서 나이 들었다'거나, '순수발랄했는데 점점 차분한 페르소나가 되었다'거나 하는 식의 직선적 변화가 아니라

그냥 일반인들이 나이를 먹어갈 때 변화하는 미묘하고 복잡한 과정의 것처럼, 그런 식의 변화로 느껴졌거든요.

그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통 주변 일반인들의 변화와 성숙을 지켜보기에는 현실계에서는 너무 긴 스펙트럼이고, 실제 지속해서 '지켜본다'는 걸 

계속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배우를 지켜보는 즐거움은, 그 배우가 어떤 형태로든 영상으로 남아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대 배우가 아니라, 그 페르소나의 변화를 다양하게 지켜볼 수 있는 오래 활동한 배우가 더 눈길이 가요.



유미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배우가 엑스파일의 질리언 앤더슨.

시즌1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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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이가 좀 든 후인가요?

혹시 얼마 차이가 안 날 시기의 사진인 지도 모르겠군요.

유미카보다 더 오랜 기간 활동한 배우다보니, 당연히 (컨셉으로서의 변화가 아닌) 변화를 더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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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맥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신이 조디 포스터죠.

양들의 침묵 때...

(이상한 건, 이 분은 도저히 영상에서의 매력에 비해 사진의 느낌이 후지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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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잘 골랐나요? 

스스로 납득할 수 없지만, 페르소나 전부를 직구로 보여드릴 만한 마땅한 사진을 찾을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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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커밍아웃 때 모습.

이 분이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오랜기간 지켜봤지만 정말 최근 몇 년 전에 인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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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우도 비슷하게 매력적인 변화를 보고 싶은데, 당장 잘 떠오르지 않는군요.

추천하는 페르소나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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