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7 15:07
가끔 어떤 우연이 맞물리다보면 그게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고 혹은 운명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만난 책들을 읽을 때 간혹 그런 생각을 하는데요.
그 모든 것이 내가 이 책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그런 착각이요.
워낙 버스 타는 걸 좋아해서 시내버스가 거꾸로 간다니 재미난 소설이겠군! 하면서 덥석 집어왔는데요^^;
첫장을 펼치니 버스 운전 기사인 안건모 씨가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엮은 거라고 해서 아 소설이 아니구나^^; + 그렇다면 좋은 이야기겠구나. 하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겼어요.
버스 운전을 20년동안 하면서 겪은 소소한 이야기들. 버스운전기사노동자로서 권리를 조금씩 찾아
누리게 된 기본권 이야기, 어릴 적 이야기, 연애했던 이야기, 가족여행 이야기 등 소소한 안건모 씨의 삶이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게 적혀있어요.
읽으면서 살아온 삶이 평탄하지 않았음에도 어둡거나 그렇다고 과장해서 그 뒤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되었다가 아닌
그저, 삶의 과정들을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적혀 있어요.
그 담담함이 안건모씨께서 올곧은 삶을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단한 감동이나 희노애락을 느낄만한 감정적인 이야기나, 그래, 이렇게 살아야돼! 하는 메세지가 있어 자신을 촉구하게 되는 책은 아닌데
책장을 넘기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계속 들었어요.
읽으면서 곧장 언급했던 작은 책을 정기구독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들었고
버스운전기사를 그만두고 일하면서 내내 만들었던 '작은책'에 가서 여전히 '언론 운동과 문화운동을 하면서 여전히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말미의 문장을 보고 작은 책 정기구독을 신청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 책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읽어가면서 정말 좋다, 좋아를 연발했으니까요.
이 운명의 책 덕분에 월간 '작은 책'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리고 구독신청을 하면서
좀 더 많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넓은 교두보가 되었음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기사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이 알게되지만 그걸 떠나서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장벽없이 담대하게 읽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였어요.
정말 강추합니다!
잔잔하게 마음이 요동쳐요 ㅎㅎ
+
참고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이번에야 알게됐어요 너무나 부끄럽네요) 작은 책(http://www.sbook.co.kr/)은
"일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라는 이야기는 늘 해왔지만 정작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는 잡지가 없어서 안타웠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일의 소리만을 전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월간 작은책을 펴내기 시작했습니다."했다고 홈피에 소개되어있어요
한 달에 구독료가 3천원을 하니까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들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우리 이야기를 매달 만나볼 수 있다니 벌써부터 설레여요 ㅎㅎ
작년 여름쯤에 홍세화 선생님 소개로 우연히 만나뵌 출판노동자분들이 만들고 있는
정말 작지만 알차고 훌륭한 책이더군요. 부담없이 읽어들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