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뉴욕타임즈와 국내 언론사들간의 기사 품질 차이는 꽤 나지요.

 

저도 이쪽 업계에 발 담그기 전에(지금은 담그고 있다고 말하기 좀 창피합니다만;;) 국내 언론사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습니다만.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국내 언론사 기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마디로 말해 노동강도가 너무 차이가 납니다.

 

예전에 모 해외 영화제에 다녀왔던 모 언론사 영화기자와 술을 마셨을 때 들은 얘기입니다만.

 

그 기자분은 영화제 기간 동안 거의 일 평균 2~3꼭지 정도의 기사를 내셨는데. - 물론 당시 진출한 한국 영화 위주 기사였지만요.-

 

영화제 기간 동안에 만난 뉴욕타임즈 기자는 일주일에 한 꼭지 기사 쓰고 땡이었다는군요.

 

그 기자분이 무슨 마이너언론사라면 말을 안합니다. 우리나라 굴지의 언론사고. 당시 영화제에 간 언론사들 중에 씨네 21 다음으로 많은 기자를 보낸 언론사였습니다.  그런 언론사의 담당 기자가 일 평균 2~3꼭지 기사를 쓰는 현실이라면 다른 언론사들도 그보다 못하면 못했지 더하지는 않았겠지요.

 

더 재미있는 사실은 그 기자분이 다니는 언론사가 우리나라에서 기자 수 많기로 유명한 언론사라는 겁니다.. -_-; 가장 활발하게 기자 채용도 하는 회사죠. 

 

 

그렇게 노동강도로 굴리면서 뉴욕타임즈만큼의 기사 질을 원하는 건 사치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수습기자들한테 시키는 이른바 '사쓰마와리' 교육 풍토도 그렇죠. 대학교 딱지를 갓 뗀 수습 기자들을 일주일에 2~3시간씩 재우며 경찰서를 돌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수집하게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수습기자들은 온갖 굴욕적 현상과 맞딱드리게 되죠.  그렇게 되가면서 '진실'과 '사실'의 차이를 속성으로 배우게 되죠.

 

  물론 제대로 된 대학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우리네 현실 풍토상 어느정도의 '사쓰마와리'같은 교육 풍토는 감수할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효율적이냐는 겁니다. 당장 들어와서 제대로 된 기자를 만들어 내는 효율적인 제도이긴 합니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유능한 기자를 길러낼만한 교육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즉 단기간으로는 쓸모가 있지만 장기간으로는 쓸모가 없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사쓰마와리 제도를 폐지하지 못합니다. 언론사들의 강력한 노동강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그나마 기자 구실'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야 하니까요. 그게 현재 한국 언론사들에게는 가장 효율적이죠. 장기적으로 한 명의 뛰어난 기자를 키우기 위해 어떠한 교육을 실행하고 어떠한 현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죠. 그냥 빨리 쓸 수 있는 부품만 만들면 족한 거죠.

 

이런 언론 업계의 현실속에서 과연 뉴욕 타임즈 만한 품질의 기사가 나올 수 있을까요... 솔직히 백 년이 걸려도 무리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동시성을 벗어나지 못했죠.  우리나라 기자들이라고 뉴욕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처럼 품질 좋고 뛰어난 기사들을 만들고 싶지 않겠습니까. 다들 자기네 이름 걸고 글 쓰고 그걸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그네들이라고 진정성이나 의지나 자존심 등등이 없을까요.  문제는 언제나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망가뜨리는 제도에 있다고 봅니다.

 

 

ps) 그 중에서도 그놈의 공채가 참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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