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보다가 페이스북이 특허 소송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좋아요"나 "공유하기" 기능에 대해 네덜란드의 프로그래머가 이미 특허를 받아두었다며 침해를 주장한다는군요.

 

특허는 원칙적으로 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특허를 출원하게되면 자신의 발명 내용을 공개해야 합니다. 다른 개발자들은 그래서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미 누가 특허를 받은 것이 아닌지 기존의 특허들을 검색합니다. 변리사가 해주기도 하고, 출원을 하고나면 특허청에서도 선행기술 검토를 거쳐 이미 있는 기술이면 특허 부여를 거절합니다. 특허는 이렇듯 특허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 기술을 나 혼자 쓰기 위해 낸 것이므로, 누가 내 특허를 침해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고 예방해야 할 일인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좀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명자가 새로운 동작감지기를 만들었다고 하죠. 이 감지기의 특징은 기존의 감지기가 잡을 수 없는 특정 움직임을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뛰어난 감지기를 만들고서 실제로 특허를 낼 때, 특허 제목은 뭐가 될까요? "이러이러한 동작을 감지할 수 있는 동작감지기" 정도 되면 같은 아이디어를 낸 다른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내 특허를 금방 찾을테니 좋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더군요. 실제로 출원하는 명칭은 "동작감지기" 입니다. 예전에 업무를 같이 했던 변리사가 묘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원래 특허제목은 모호하게, 남들이 봤을 때 뭔지 모르게 짓는 게 기술이다."

 

이건 결국 침해 당하고싶다는 뜻 아닌지? 생각해보면, 애플쯤 되면 특허를 침해당해서 그거 소송하고 손해배상 받는것보단 그 기술을 혼자 쓰면서 그 독점적 이익을 누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특허가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죠. 회사들은 특허를 받아두고서도 사업화를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많고, 개인 발명가들은 특허를 받았는데 실제로 사업화할 자본도 없고, 그렇다고 펀딩을 받을 주변머리도 없어서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특허 침해를 당하고 싶은 심정이지 않을까요? 어차피 난 사업화를 못했는데, 누가 내 특허가 있는줄 모르고 그 기술을 써서 대박을 쳐버린다면? 제 특허를 주장해서 배상금이나 합의금을 챙길 수 있겠죠. 물론 침해 당하기 전에 미리 합의하에 이용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이 사업이 얼마나 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난 소액으로 이용 허가 해줬는데 너무 대박나면 억울하잖아요. ㅎㅎ

 

당시 변리사가 했던 말이 정말 이 의미, 즉 특허를 잘 숨겨서 침해당할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에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었고 다시 만나보지도 못했거든요. 삼성 대 애플의 특허전이 있었을 때도 그 사람 생각이 났었는데, 페이스북 기사를 보고서 문득 다시 생각나서 끄적거려봅니다. ㅎㅎ 혹시 업계에 계신 분 계시면 관련된 얘기 해주시거나 제 궁금증을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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