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3 01:23
1997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개인적으로 내게 특별한 결기가 있었던 것도 의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당시 한창 문청 때의 촌스러울 만큼의 열정으로 사들였던 책을, 정작 그 나이땐 이게 뭐야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수상작과 자전작을, 어느 순간 부터 달달달달 읽어내고 그 감성과 문장의 세련됨에 무릎을 치면서 동시에 지적 또는 어쩔 수 없는 여성적 허영심으로 그니는 또 얼마나 이쁜가 안 이쁜가 따지면서 책날개를 수도 없이 펼쳤다 접었다 했던 어린 속물의 기억. 당시의 내 미관으로는 도저히 미인이라 말할 수 없었던 치기의 계절을 지나, 내 가장 외롭고 고독했을 때 일주일에 한 두번 볼까말까 한 화장실 큰소식에서 늘 가장 보드라운 동반자가 되어 마치 암송하는 시처럼 무르게, 이제 비로소 그니의 화법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그러므로 다시 한국으로 떠나올 때 내 뇌에 남기고 물리적 흔적도 없이 책을 버리고 온 지 근 3년 째.
얼마 전, 부음을 들었습니다. 유방암으로 향년 71세로 별세. 이 속물적인 눈으로는그저 마틴 마르지엘라 스타일을 가장 엣지있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이 가장 세련되고 시크했던(실제로 그 작가가 이 브랜드의 옷을 입었다는 것은 아님), 그리고 저를 한없는 우울과 동감으로 이끌던 내 변기 위의 두 소설처럼 너무 나긋하게 소곤거리며 , 무엇보다 인생이 무엇이다 라고 쉽게 말하지 않은 채로 지나간 어느 날을 보여준 김지원 작가님의 명복을 뒤늦게 빌어봅니다. 영면하소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6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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