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과 외계인...

2013.02.13 15:36

kct100 조회 수:1183

우리가 보편적으로 상상하는 외계인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아이처럼 보입니다. 애초 그들의 존재는 지구생명체들의 흔한 특징인 호르몬분비를 통해 성이 나뉘는 과정 자체가 없어보이죠.
매우 큰 머리와 아이같은 체구, 암수를 구분하기 어려운 외형, 굴곡없는 형태 등.
패르몬따위를 풍길 것 같지도 않고, 성장의 시작과 끝점을 짐작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흔히 중성적인 형태, 유아에 가까운 모습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이었던가요.아마 '8 1/2'인것 같아요.
그 영화에는 주인공의 과거 기억들이 혼란스럽게 얽혀서 갑자기 재현되곤 합니다. 그 중 떠오르는 시퀸스 하나.
주인공이 어릴적 경험에서 파생되었음이 분명한 저택을 헤매이다 비밀스러운 방에 당도하여 안으로 조심히 들어가는데요.안은  벽지없는 회색빛의 을씨년스러운 침실같은 공간이고, 매우 커다란 침대가 중앙에 놓여있죠.
그 침대에는 아이(라고 추정되는)한명에 누워있습니다. 오랜 침대생활을 했던 것 처럼 얼굴이 피폐해 있는 그 아이는 주인공을 발견하고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응시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을 두렵게 만드는건 아이의 외형 때문인데, 정상인들보다 커보이는 머리를 베게에 지탱시키고 있었죠.
과거로 회귀된 주인공은 그 낮선 분위기의 두려움때문에 도망치지만, 그 장면 자체는 매우 신비스럽고 뭔가 알 수 없는 미스테리의 분위기로 연출 되었던걸 기억합니다.
이건 팰리니의 실제 체험이 아닌가 싶은데, 감독이 그 장면을 통해 영화상에서 무엇을 겨냥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어떤 정서로 그 장면을 구축했는지는 어느정도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건 분명 스필버그가 미지와의 조우를 연출 할때와 같은 정서로 대상을 대했던게 아닐까...
침대에 누워있던 그 아이가 무언지는 영화상에 어떤 힌트도 제시되지 않지만, 그는 분명 성장하지 않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으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거든요.

 
훈련소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 되었을때,부대에선 신병들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일주일에서 이주간 신병들만 모아서 생활하는 적응주간을 두었었습니다.
이때 신병들은 부대내의 악명높은 3D작업들을 일과 시간동안 나눠서 하기도 하고,부대 견학을 하기도 하고 그랬지요. 그런 이벤트 중 하나가 부대에서 30분정도 떨어진 장애인들의 보육 시설인 꽃동네에 방문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일이었어요.
보육원 청소도 하고,장애인들 말벗도 해주고,목욕도 도와주는 활동이었죠. 수십명의 장애인들중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몸집은 뚱뚱한데 매우 컸지만 전혀 성인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실제 나이는 20살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아이같은 얼굴 선과 하얗고 곱디고운 피부 등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기도 했지요. 그 친구는 종일 양반 다리로 앉아서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앞으로 구부린 채 매우 불편한 자세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머리가 무거워서 정상적으로 앉아 있기 어려운 
이유 때문이라 하더라구요. 그도 그럴 것이 머리가 울퉁불퉁 하면서 매우 거대했거든요.
어릴때부터 뇌수가 머리에 가득 차서 그렇게 부풀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로 인해 친구의 눈은 실명상태였고,무엇보다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하이톤의 사내아이 목소리,여성과 아이같은 외모와 피부같은 특징이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는 성격이 쾌활한 편으로 보였는데, 끊임없이 그 불편한 자세로 머리를 땅에 처박은채 자기 얘기들을 읆조렸어요.. 눈이 보이지 않아서 주변의 반응이나 분위기에 매우 민감하기도 했고, 현재 눈앞에 존재하는 상황들을 상상하며 나름 추측하는 얘기들도 곧 잘 했죠.
그 친구를 목욕시켰는데 생식기가 10세 미만의 꼬마 같아서 놀랬어요.물론 몸 어디에도 털이 자라지 않았죠.


그 아이는 장애를 겪고 있던거죠.그것도 정상생활이 어려운 매우 중한 장애요.
장애에 관한 이런 표현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전 솔직한 감정으로 그 친구를 보면서 뭔가 묘하고 신비스러운 감정을 느꼈어요.

아마 우호적이고 미스테리한 외계인을 처음 그린 예술가는 분명 같은 장애를 지닌 사람을 대상으로 두고 우주인을 스케치하지 않았나 싶은 그런 느낌.
성장이 멈추고 성별이 불분명하며(엄밀히 얘기해서, 소년들이 그렇듯 보다 여성에 가까운) 커다란 머리를 지닌 이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외계인의 모태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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