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든 마음에 감정을 담고 있죠. 하지만 과거에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살고 있는 현대에는 감정 표현은 부덕의 소치이며 유아기 때 못버린 나쁜 버릇이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논리는 성장을 쑥쑥해서 어른스러워지는데 감정은 어린아이 그대로 남아버려요. 그래서 누구나 감정을 나누는데 미숙하고, 감정 관리는 세상을 원만하게 살아가기 위한 일 중 하나로 생각되요. 전 요즘 영화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든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감정의 교류가 격해질때마다 어김없이 눈물이 납니다. 예전에는 정말 울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쉽게 눈물이 나는지 흘려도 괜찮겠죠 뭐.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선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감정을 서로 교환하는 걸 보며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건 완벽하게 제 취향에 맞춰준 영화였고 2013년 최고의 영화를 벌써 봐버려서 이제 무슨 맛으로 영화볼지 모르겠네요.


(주요 내용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았다면 삼가해주세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생 막장에 잠깐 다가갑니다. 전 완전히 망해버린 인생을 영화로 볼 때마다 그런 상황에서도 죽지 않으면 인간이 살아진다는게 굉장히 두렵습니다. 인간은 놔두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가버려요. 별로 살고 싶지 않은데 코로 숨도 쉬고 배는 먹을거 넣으라 난리고. 전 로맨스물을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데 영화관에서 누릴 수 있는 잇점이 로맨스 영화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가서 공포물이 아니란 것만 사전지식으로 알고 갔기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이런 로맨스물이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과 여주인공 둘 다 정상이 아니거든요.


팻은 사고 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갓 퇴원한 환자입니다. 티파니는 남편이 죽은 충격으로 그 상황을 넘기기 위해 사람들에게 몸을 나눠준 여자구요. 둘이 처음 만났을 때 말이 통하는 주제는 정신병리를 위한 약에 대한 체험이에요. 게다가 이 두 명은 생각이 없는 것마냥 하지 말아야 될 말을 면전에서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대화하는 상대에게 서로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죠. 같이 있으면 얼굴이 멍투성이가 될 겁니다. 이 두 사람이 서로 만나면서 친해지는 걸 보는건 그냥 봐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인생의 실패를 향유하며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보는 것은 즐겁지만은 않지만 끝도 없이 감정을 교류하는걸 볼 수 있고, 그것은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라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전 보는 도중 배드엔딩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헤밍웨이나 파리대왕은 충분히 그 복선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음악이 잘 들리기 위해 방음 처리된 춤 연습실은 - 게다가 팻의 트라우마가 결혼식 노래인데! -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기 적합해보였습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들 두 명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어머니 조합은 연쇄 폭발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을 들게도 만들더군요. 하지만 이 모든 것 위에 티파니는 너무나 완벽한 여자입니다. 그녀는 중요할 때 적합한 일을 할 줄 아는 여자이며 어쩔 때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심하게 보면 삶에서 기우뚱하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판타지일지도 모릅니다. 판타지라면 뭐 어떤가요, 전 티파니가 너무 매력적이라 제니퍼 로렌스까지 좋아하게 되어버렸는걸요. 있기 힘든걸 보여주니까 영화가 좋은 거겠죠.


다른 무엇보다 각본이 좋았고 2시간 동안 사건을 잘 배열하고 완급을 조절합니다. 어쩌면 5.0의 평균 점수는 저희가 누군가와 감정 파트너를 맺고 삶을 살아갈 때 받으면 돈을 딸 수 있는 점수인지도 모르지요. 그 정도로만 감정 교류를 해도 훌륭하다는 겁니다! 진행자가 '도대체 왜 5.0을 받고 좋아하죠?'라고 물어보던 말던 삶을 즐기면 되는 겁니다.


P. S.


춤 뽐뿌는 확실하더군요. 춤을 배우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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