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5 21:11
어렸을 적이 기억이 잘 안납니다.
정말로 단지 기억이 안나는 것일수도 있고 실제로 별다른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이 없어서 기억이 없나 싶기도 하네요.
어제 어떤분은 기억을 지우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전 할수만있다면 기억을 만들고라도 싶군요.
사실 별로 어렸을 적따위 기억하고싶은 마음 별로 없었습니다. 그닥 행복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지루하고 평범한 나날들이었죠. 예를들면 자주했던 게임은 뭐고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뭐고 동생이랑 뭐하면서 놀았고 가족끼리 어디어디갔었는지 잘 기억에 안남았습니다. 언뜻 기억이 나긴하는데 그냥 말그대로 기억의 파편일 뿐이고 별다른 감상도 안느껴져요. 왜 이런 고민을 하게되었냐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렸을 적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은 저보다 나이도 많은데 훨씬 어렸을 적의 일을 또렷이도 기억해냅니다. 그리고 사소한 기억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지요.
저에게 늘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어렸을 적의 기억에 대해서. 그 사람은 저에 대해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하다못해 어렸을 때 재밌게 본 만화영화는 뭐야? 그런데 저는 그럴때마다 응. 기억이 잘 안나. 아니면 그냥 어쩌고저쩌고 했지 뭐. 그러는데 솔직히 제 자신이 조금 싫어지기까지 합니다. 전 만화영화도 안보는 아이였던 것일까요? 그건 아닐겁니다. 분명히 보긴봤는데 기억이 안납니다. 헐. 어쩌면 지금도 10년정도가 흐른 후에는 가물가물해지고 그냥 그랬던 날들로 기억에서 지워져버리는걸까요? 아니면 어렸을 적의 나만 유난히 지루하고 불행했던 삶을 살았던걸까요? 어떠한 경우든 그 사람 앞에선 유쾌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물론 그러려고 노력하는데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네요. 그래서 조금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