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독을 갖고 계십니까.

2013.02.20 15:12

joan again 조회 수:2519

저는 우선, 탄수화물 중독이에요. carb addict라고 하죠. 병원 가서 진단은 안 받았지만

하루라도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힐 지경이고 안 먹으면 짜증까지 나니 심한 중독이겠죠.

 

그리고 영화 중독이에요. 집착. 좋아하는 감독들이나 배우들의 모든 영화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다 봐야 되는 것처럼 굴고,

보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에 시달립니다.

그들의 필모그래피에서 제가 놓친 것들이 있으면 그것을 볼 때까지 안달복달. 마음이 편치 않아요.

마음에 드는 영화는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요.

 

텔레비전 시리즈에도 중독 시기가 와요. 짧게 찾아왔다가 떠나기도 하고, 의외로 자제를 하기도 하지만, 파괴적으로 굴 때도 있어요.

시트콤 같은 건 연달아 3,4시간 정도 보면 이제 도저히 못 보겠다고 스스로 자리를 뜨기는 하는데, 드라마 중에 12시간 이상 본 것도 몇 번 있죠.

딱 그럴만한 성격의 것들요. 프리즌 브레이크 1시즌, 히어로즈 1시즌처럼 불량 식품같이 사람 끌어들이는 것들도 그렇고, 브레이킹 배드님이나 데미지 1시즌님 등.

이건 때에 따라 다르고, 중독인가 싶다가도 스스로 잘 자제하기도 해요.

 

처음에 스마트 기기를 샀을 때는 앵그리버드 중독이 되어서 목에 디스크 증상이 올 정도로 고개 숙인 채 새를 날리고

꿈에도 새가 날아가고 그랬는데 모든 종류의 앵그리버드를 정복하기도 전에 질려서 스스로 그만뒀어요.

사실 일부 버전의 일부 스테이지가 잘 안되니까 열받아서 포기한 거에요.

 

또 아주 짧게 화장품에도 중독되어서 갑자기 이것저것 화장품들을 사들인 적이 있으나

유명 뷰티 블로거들을 따라가자니 뱁새 가랑이가 찢어져서 포기.

 

저처럼 근본적으로 중독 성향은 좀 강한 편이지만 그 시기가 짧은 사람들의 경우 

잠깐 찾아오는 중독이 대단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진 않아요.

대신 탄수화물이나 영화나 텔레비전은 앞의 둘은 여전한 상태이고 텔레비전은 때에 따라 찾아오는데,

탄수화물은 건강에 장기적으로 해를 끼칠 것이고 (일단 지금은 겉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영양 불균형이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 중)

영화나 텔레비전은 일상에 아직은 영향을 주진 않아도 제 정신 상태에 영향을 분명 안 좋게 주긴 하는 것 같아요.

(영화 못 본 게 있을 때 느끼는 불안 초조 같은 부정적 감정 및 텔레비전 연달아 볼 때 캐릭터와 감정 이입하면서 감정이 약간 휘둘리는 면 등) 

그래서 긍정적이기만 하다고는 생각이 안 들고요.

 

하지만 저는 또 한 편으론, 삶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면

사람이 어느 정도 중독성 있게 무언가를 하는 것도 일종의 희열이고 뭐 삶의 기쁨이고 이런 면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질상 중독된 것이 아예 없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요?

중독이 흥하는 김에,

각자의 중독을 고백해 보세요.

 

 

AA 모임처럼 하면 더 재미있겠지만.

"안녕하세요, 저는 누구이고, 저는 ** 중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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