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린 늦겨울 월요일 저녁은 직장인이 아닌 사람에겐 처치곤란입니다. 조금은 심심하고 무언가를 해야할 거 같기도하고, 월요일이라 그렇게 마음속 흥이 나지도 않습니다. 마뜩히 연락할 상대도 없고, 친구를 불러내서 술한잔 하자고 말하기도 '좀'그런 월요일저녁. 날씨는 풀려서 푸근하고, 계절바뀌어 봄되어서 호르몬때문인지 마음은 들쭉날쭉해지는 날의 저녁은 엉덩이는 움찔움찔거리지만 발걸음은 안떨어지는 부조화의 날입니다. 집에서 혼자 마트에서 사온 와인을 따는 것도 안내키고, 보고싶었던 TV쇼를 다시보는 건 더욱 싫은 늦겨울날에는 달리기를 합니다.    


 짧은 운동용 숏팬츠와 바람막이를 걸치고 나와 뛰다보면 곧 후회가 듭니다. 저녁날 퇴근하는 사람들과 운동하는 이로 붐비는 조깅로에 허연 다리를 내놓고 뛰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추운 바람에 손과 얼굴은 뻣뻣하게 굳고 추위로 굳은 몸때문에 호흡은 점점 개판이 되갑니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클래식FM 라디오는 바람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아직 뛰기에는 추운 시기상조의 밤. 


 목표거리를 절반정도만 겨우 채우고 어그적거리며 집으로 뛰어갈동안, 해지고 차분히 깔린 저녁날 시큼한 밤공기에서 '그래도' 계절이 바뀐 걸 압니다. 추위에 벌겋게 데인 허벅지와 손은 몇주전처럼 처참하게 시리진 않고, 거친 호흡으로 목구멍안으로 들어가는 밤공기도 완전히 냉수같지 않은 밤. 짧지만 사람을 베베꼬게 만드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김훈 표현을 빌려서 사쿠라꽃 피고 관능감에 쩔쩔맬 계절. 입춘은 이미 지났고, 학교는 개학하며, 취임식도 끝났습니다. 변한 것들과 변하지 않은 것의 틈에서 계절은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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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 도라....

아무病도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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