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프로포즈 질문에 댓글로 달까 하다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닌 것 같아서 따로 글을 올려요.

 

막 자랑하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어서 주변에는 프로포즈 받았다 정도만 이야기하고 일기장에 두근거리던 그 마음을 담아놓았는데, 이거 원.. 무지 자랑하고 싶은거있죠.ㅋㅋㅋ

 

 

 

지난 주말 울진으로 여행을 갔어요.

 

이동거리가 네시간이나 되어서 서로 번갈아가며 차를 모는데, 제가 운전 할 때는 자꾸 딴 짓을 하길래 핀잔을 주었죠.

 

숙소 도착해서 술을 한 잔 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씻으러 가라고 해서 또 핀잔을 주면서 한마디 했어요.

"설마 30년 된 이 콘도에서 프로포즈하려는건 아니겠죠?ㅋㅋㅋㅋ"

평소보다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정말 농담으로 던진거 거든요.

역시나 설레발친다며 비웃음만 실컷 사고 거나하게 한 잔하고 잠이 듭니다.

 

다음날 후포항에서 대게를 포장 해 내려오다가 경치를 보고 감탄을 하니 잠깐 산책을 하자고 합니다.

해변가를 조금 거닐었죠.

저를 부릅니다.

돌아보니 촉촉한 눈으로 절 바라보네요.

"있잖아... 사실은 내가 어제 프로포즈 하려던게 맞았거든.. 근데 못 했어. 준비한게 많았는데 이렇게 하게 되네.... 나랑.. 결혼 해 줄래..?"

목소리가 굉장히 떨려요. 남자친구 눈에는 벌써 눈물이 한가득이예요. 조금만 건드리면 떨어질 것 같습니다-_-

너무 당황스럽고 놀라고 웃기더라구요.

"생각 좀 해 볼게요." 중요한 순간에 장난끼가 또 발동을 했습니다.

거의 울 듯이 "행복하게 해 줄게..." 합니다.

 

아~ 정말 너무 귀엽잖아요.

뽀뽀를 쪽 해주고 반지를 꼈는데 무지 헐렁합니다. 디자인도 너무나 전형적인 프로포즈 반지예요.

이런거 해 본적 없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답습니다.

절 끌어안고 미처 다 외우지 못한 노래를 클라이막스부분만 불러줍니다. 그제서야 저도 눈물이 핑 도네요.

 

맑은 하늘, 인적 드문 해변, 푸른 바다.

드라마에서 보던 화려하고 비싼 프로포즈는 아니지만.. 아니, 그런 것이었다면 감동은 덜 했을 것 같아요.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려 그 사람의 떨리는 목소리와 눈빛을 제대로 느끼지 못 했을테니까요.

 

적고보니 별거 없네요.

민망하지만 그래도 자랑할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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