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집 개냥이

2013.02.28 08:07

잠익77 조회 수:2395

옆 집 고양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항상 옆 집 펜스 위에 앉아있어요. 아니면 그 집 주차장 근처에서 뒹굴고 있던가요.

 

제가 지나가기만 하면 냐옹냐옹 하고 울어대더라구요. 처음에는 제가 싫어서 그런줄 알았어요.

 

어느날 출근이 좀 늦어서 늘어져라 늦잠자고 나왔더니 고양이가 햇빛 잘 드는데 앉아있더라구요. 절 보고 또 냐옹냐옹 하길래 우쭈쭈쭈 했더니 냉큼 옵니다.

 

와서 배를 뒤집어 보이며 애교를 한바탕 부리더니 만져주니까 그릉그릉 난리도 아니더라구요.

 

 

 

일주일쯤 뒤에 또 출근이 늦어 느즈막히 나갔더니 이번에는 펜스 위에 앉아있더라구요. 냐옹냐옹 하길래 제 허벅지를 두 손으로 탁탁 치며 이리 오라는 시늉을 했더니

 

번개처럼 뛰어내려 쪼르르르르르 옵니다. 고양이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냉큼 달려오는 고양이는 처음 봤어요.

 

한참 만져주며 우쭈쭈쭈쭈쭈 오오 이쁜이 하다가 전화가 와서 잠시 전화를 받았더니 제 발치에 고개를 들이밀고 비비며 빙글빙글 돌기도 많이 돕니다.

 

가야해서 언니 이제 갈게 안녕(암컷인지 수컷인지는 모릅니다만..) 했더니 빤히 쳐다보며 냐옹냐옹 가지 말라고.

 

저는 고양이는 감정표현을 안하는줄 (혹은 못하는줄) 알았는데 이건 참으로 직접적이고도 명확한 의사표현이더라구요.

 

하는 수 없이 좀 더 앉아있었더니 꼬리를 좌로우로 흔들며 좋아라 앉아있습니다.

 

 

그리고 또 어제즈음. 퇴근해서 들어오는데 이제는 아예 보자마자 대놓고 쫒아오더군요. 꼬리만 안흔들었지 이건 완전 강아지예요.

 

손에 뭐가 잔뜩 많아서 만지지는 못하고 으응 그래그래 하고 문을 따는데 이제 아예 들어오더라구요.

 

순간적으로 겁이 확 나서 안돼 안돼 들어오는거 아니야 하고 얼렀는데 이것이 들은척도 안하고 성큼성큼 들어가는거 있죠!

 

황급히 짐을 놓고 쫓아 들어가서는 들고 나왔는데, 냐옹냐옹 처량하게도 웁니다.

 

순간적으로 얘가 집 없는 고양이고 우리 집에서 살기로 방금 작정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눈에 띄게 뽀송한 털 상태 (무려 장모입니다), 결정적으로 목에는 목 줄.

 

키울 여건도 안될 뿐더러, 고양이는 키워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이대로 안에 들이면 이제는 빼도박도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손을 휘휘 저어 쫓아 보냈네요. 그게 어젯 밤이고. 오늘 나가면 또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쫓아 보내긴 했지만 마음에 걸려요. 주인에게 최근에 버림받은 고양이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본 고양이중 가장 사람 손 잘 타고 또 별거 아닌 저를 너무 좋아해줘서 황송하기까지 했는데.

 

함부러 정 줘서 고양이가 오해했나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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