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은, 음식에 있어 그 어떤 요소보다 훌륭한 작용을 합니다. 정성이나 푸짐함 혹은 오랫동안 정이든 맛은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음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죠. 커피도 그렇습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는 정성스런 샐러드와 팬케익 그리고 이와 어울리는 아메리카노 한 잔. 제가 오늘 방문한 홍대 투웰브피엠에서 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가 홍대 카페 '투웰브피엠'에 들를 수 밖에 없었던건 블로그 '상우일기'를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블로그 상우일기 - http://blog.sangwoodiary.com/]

 

부부가 만들어낸 샐러드와, 팬케익 그리고 샌드위치는 사진만봐도 깊이있는 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침이 꼴깍. 설레는 맘으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투웰브피엠의 영엄시간은 금, 토 기준으로 12시부터 12시까지. 그래서 이런 이름이 붙었나봅니다. 여러곳에 매장이 있지만 제가 들른곳은 '상우일기'에 나온 홍대점.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조금은 번잡한 카페 입구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꾸밈없는 메뉴판들. 뭐든 맛있어보입니다. 주문을 위해 잠시 고민에 잠깁니다.

 

정식 메뉴판을 안찍어서 나중에 찍다보니 이렇게 찍었습니다. 잘 안보이시면 클릭.

 

팬케익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주방을 둘러봅니다. 작은 오븐과 팬케익을 굽는 전열기가 보입니다. 펜케익은 무엇보다도 두께가 중요하죠. 불 크기도 중요합니다. 가스레인지를 기준으로 강, 중, 약 그 다음엔 팬케익 크기로 약-꺼짐 사이의 미묘한 위치를 맞춰야만 훌륭한 팬케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쉬운 음식이라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치죠.

 

신선한 식재료가 보입니다. 저 과일들은 바로 샐러드에 들어거나 생과일주스에 사용되죠.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팬케익. 아메리카노는 구수합니다. 마치 숭늉을 먹는듯한 구수함에는 어머니의 손맛도 있고 깊은 따뜻함도 있습니다. 최근 마셨던 아메리카노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아메리카노였습니다. 펜케익은 훌륭한 두께를 자랑합니다. 딱 이만큼, 이 강도로 굽는건 만만찮은 실력을 요하죠. 물론 맛있습니다!

 

더불어시킨 핑크레모네이드는 레몬이 한아름 들어갑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게 단숨에 느껴지네요. 레몬을 그대로 먹는듯한, 그러면서 달달함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핑크레모네이드입니다.

 

두리반은 우리에게 희망을 줬죠. 세입자 따윈 생각하지 않는 법. 건물주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요구할 경우 세입자는 그 어떤 이유도 필요없이 나가야 합니다. 덕분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있습니다. '합법적'이란 수식어 아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죠. 재건축은 서울의 아이콘이 된지 오랩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당했고 지금도 고통받고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이런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카페 인테리어는 평법합니다. 이런 평범함속에있는 분위기가 맘에들더군요. 조용하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너무 고요하지 않은 이 카페의 분위기가 맘에듭니다.

 

아직 겨울입니다.

 

 

구석구석 손길이 묻어나는 인테리어 소품들입니다.

 

읽을만한 잡지와 다용도 충전기가 눈에띕니다.

 

주인장의 취향이 돋보이는 테이프들.

카페 투웰브피엠 홍대점입니다.

 

지난 2월 27일에는 1차 철거집행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준 덕분에 투웰브피엠은 2월을 잘 넘길 수 있었죠. 연휴가 끝나면 찾아올 2차 집행과 그 이후의 일들이 걱정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투웰브피엠 근처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가 들어서있었습니다. 메뉴얼대로 뽑아내는 그곳의 와플과 이곳 투웰브피엠의 샐러드, 팬케익의 차이는 엄청나죠. 정성이 들어간 커피 또한 다를겁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그곳의 분위기는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편한할까요. 음식은 맛있고 커피는 괜찮을까요.

 

카페를 운영하는데 있어 부동산은 커다란 작용을 합니다. 장사가 잘되는 곳일수록 권리금과 월세 싸움은 피가 터질정도로 잔인하죠. 좋은 카페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질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면 부동산과 관련된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병적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또한 줄어들어야하겠죠.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도 중요하지만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건강한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카페를 위해선 손님들도 적극적으로 기호를 밝히고 의사소통을 해야합니다. 건강한 카페 문화와 맛있는 커피 한 잔은 바로 이와 직결되는 문제죠.

 

카페 투웰브피엠이 겪는 문제는 비단 이 카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도 수많은 카페사장들이, 젊은 창업자들이 골머리를 앓아가며 이 문제와 투쟁하고 있을겁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에서 시작된거죠. 법을 고치는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페를 찾는일은 어려운일이 아니죠. 연휴끝에 돌아올 카페 투웰브피엠의 생존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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