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년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면, 제 스스로의 결혼관에 대한 것입니다.

심적으로는 아직 결혼적령기까지는 길게 잡아 5년 정도 남아있기에 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결혼 자체를 빼놓을 수는 없더군요.


사실 대학생 초년기 때만 해도, 결혼은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냥 남자라면 직장을 가진 후에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일종의 순리같은 것이라 생각했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 의심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군대를 제대하고 몇년간 정치적인 것부터, 아주 작은 감성적인 취향까지 변화를 겪으면서,

굳이 강력한 독신주의(내지 비혼주의)를 표방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의 숙제를 하는 것처럼 결혼하지는 않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이나 동거를 택할 수는 있겠지만,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나, 주위의 압박 때문에 반강제로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생각이 변화한 이유에는 좀 더 가볍고,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결혼을 하면, 책임져야할 가정이 있고, 그만큼 택하거나, 운신할 수 있는 삶의 대안 자체가 적어지니까요.

또한 최근에 어려운 취업환경이나, 경직되어가는 경제를 보면서, 앞으로 수십년간 가정과 자녀를 이끌어갈만큼의

경제력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서도 요즈음에는 정말 답하기가 어렵고, 자신없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모 책의 제목처럼 딱 1인분 인생만 책임지면 안될까- 하는 생각으로 비혼주의나 독신주의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외의 이유들이 더 있기는 하지만, 역시 큰 이유들만 생각하자면,

위에서 언급한 개인적인 삶의 후리함과 경제적인 독립 때문인 것 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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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독신주의나 비혼주의를 택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굉장히 다양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저도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이야기도 듣고싶어서 이따금 이런 이야기를 꺼내보기도 하지요.

그런데 조금 신기했던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이런 이슈에 대해 남자/여자가 고민하는 정도나 생각 자체가 너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여자인 친구들은 적지 않은 비율로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결혼 안해!' 라고 결심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가부장제가 남아있고, 결혼한 여성에 대해 인식이나 지원 자체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여자들에게 분명 사회적/개인적인 구속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보이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은 아니지요.

그리고 비교적 더 젊은 나이 때부터 결혼을 현실적으로 고민하기에 어쩌면 남자들보다는 좀 더 빠르게 자기 생각을 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근데 안타깝게도, 남자인 친구들의 경우, 이런 문제 자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거나, 혹은 '결혼은 당연이 해야지' 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제 주변인 중에서는 한명도 없었어요 T.T. ... 그래서 요즘 살짝 당황스럽긴 합니다. 내가 유별난건가;; 하고요..

더불어서 독신이나 비혼주의에 대한 책을 찾아봐요, 여성을 대상으도 한, 혹은 여성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한 결혼/비혼/독신 관련 서적은 꽤 많은데,

남자의 시선이나, 환경, 관심사를 위주로 관련 이슈를 다룬 책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정확히는 제가 찾아본 바로는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친구들 이야기로만 생각하기에는 모수가 부족해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사회에서 언론이나 서적, 영화 등으로 생산되는 담론 자체에도 남자의 독신주의/비혼주의는 여자에 비해서 현저히 적은 정도인 것 같아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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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은 요즘 (남자 + 비혼/독신) 그런 담론이나 이야기를 읽고 싶은데,

(특히나 남자의 경우)적당한 상대도 없고,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도 없어서 심심하고, 괜시리 섭섭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해볼 수 있는 상대나, 읽어볼만한 이야깃거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듀게에서 왠지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도 타 커뮤니티나 게시판에 비해서 독신/비혼주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많았기 떄문이기도 합니다.) 


듀게 분들도 이런 남자/여자간의 차이와,

국내 사회에서 이슈나 콘텐츠 자체의 부족함에 대해 느껴보신 적 없나요?


+

혹시라도 주제와 관련되서 재미있는 서적이나, 영화, 인터넷 기사, 글 등등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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