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의 독특한 문화 중에 맞춤법에 대해 지적하는 문화가 있었죠. 지금은 거의 사라져서 명맥만 듀나님의 리뷰 댓글에서나 가끔 보이고 보통 글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어졌어요. 게시판 내의 묵시적인 협약이 변동했다는 건데 그 많던 맞춤법 예민자들은 어디로 가버린걸까요.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었는데, 한 번 맞춤법을 틀리게 지적하고 난 다음에, 그리고 이후 눈치를 살펴보니 별로 맞춤법에 대해 지적하는 댓글을 달지 않더군요. 너무 뻔한 폭팔이라던가, 그리고 생각나지 않는 어떤 것들이라던가요. 아마도 맞춤법 지적 문화의 시작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듀나님 리뷰의 틀린 문장 제보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게 다들 내면화되었다가 정서에 맞지 않게 되어버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맞춤법에 대해 더 이상 왜 지적할 수 없는가는 자기 자신부터 맞춤법을 지키지 못 하니까 (저의 경우 틀린 맞춤법을 지적하기도 하니까)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러한 형태의 억압은 딱히 맞춤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훈수두는 것들에 대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정치하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해 지적할 수 없는건 아니지 않느냐와 달걀을 낳아야 달걀의 맛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유명한 두 가지 반박문장이 있죠.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만 어떤 것을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을 때에도 그 시도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것 아니겠나요. 저는 시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압박이 덜어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뭐, 역으로 맞춤법을 지적하는 자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묵시적인 압박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그렇다고 해서 맞춤법을 맞추려면 딱히 지적받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만 시간을 들여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면 모르는 맞춤법까지 거의 맞춰놓을 수 있죠. 그럴리가가 그럴 리가일 줄 누가 알았겠나요. 그렇지만 사람이 지적하는 것과 맞춤법 기계가 지적하는 것의 근본적인 차이는 맞춤법에 대한 평이한 인식이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고, 개인에게 거슬리는 (그 사람의 코에 콧털이 튀어 나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준의 맞춤법은 지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는 서로 편하게 해야지 살가운 사이지요. 뭐, 언제 한번 다뤄졌듯 감정 토로하고 있는 분한테 맞춤법으로 콕콕 찔러대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요.


(왠지 듀나님의 리뷰에 절반 이상이 맞춤법과 문맥 지적으로만 이루어진걸 보고 듀나님이 약간은 억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이 글에 대한 반짝임의 시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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