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느냐? 

로저 이버트가 던진 화두부터 거기에 대한 듀나님의 코멘트까지

뭐 많이들 한 이야기죠.


전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데 털끝만치의 의심도 품지 않는 쪽입니다.

그렇다고 영감님한테 별 불만은 없어요. 노인네 연세가 몇 살이신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뭐.


한참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던 때 대작 게임 광고용으로 자주 써먹은 멘트가 '영화 같다'라는 거였죠.

요즘도 간간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예전보다는 빈도가 덜하다고 봅니다.

앨런 무어가 왓치맨 영화화에 반대한 건 그 작품이 만화이기에 완벽하다 여겨서였다고 기억해요.

(구체적인 코멘트가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같은 맥락으로,  굳이 영화의 흉내를 내지 않더라도 게임 자체로서, 게임이기에 아름다운 작품들이 있죠.


굳이 하나만 꼽자면 포탈 시리즈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감히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게임 아닐까 해요.

이것저것 잡다한 시스템도, 쓸데없이 거창하기만 한 뒷설정도 없이

게임성, 스토리, 아트웍 모든 게 완벽하게 정리된 '예술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스펙 옵스:더 라인을 하면서 게임이 가지는 힘을 느꼈습니다.

소위 '총게임'이 지금까지 간과해왔던(혹은 무시해왔던)주제를 정면돌파한 스토리가 좋았고,

그 스토리가 상호작용이라는 게임의 특성과 어우러지는 방식이 참 좋았어요.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조심스럽습니다만,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주인공은 군인이에요. 이런저런 이유로 어떤 지역에 컴퓨터의 흑백 열영상 화면을 보며 폭격을 가하죠.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도 써먹었던 열영상 카메라 폭격 연출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의 얼굴이 열영상 화면에 비쳐보이는 거에요.

그 얼굴을 보면서, 플레이어는 어쨌든 폭격을 해야 해요. 그래야 진행이 되니까.


그리고 그 다음의 전개는...충격적이기로 유명하죠. 심약한 분들이 봤다간 트라우마가 될 지도 모르는 장면.

그냥 영상으로만 봐도 충격적인데,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게 나 자신이라는 걸 방금 전 게임이 잔뜩 강조해 놔서 충격이 두배.

거기다 뒤로 갈수록 로딩화면에 한줄씩 나오는 코멘트가 시니컬해지죠.

'여기에 왜 왔는지는 기억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정말 영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뭐 이런....


만약 같은 스토리로 영화가 나왔다면, 제가 이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울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게임이니까, 게임이기에 줄 수 있는 거였죠.

게임 많이 해보시는 분들 중에선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스펙 옵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봐주시길. 뭐 보실 분들은 다 보셨을 테지만, 유명한 게임 리뷰어 얏지의 '마침표 없음'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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