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1 00:59
1.
오즈 아이맥스 3D로 보고 왔습니다. 정말정말 유치했음에도, 그래서 샘 레이미란 이름에 건 기대에 비해선 실망스러웠음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고, 아이맥스 3D로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에는 영화에 대한 영화더군요. 초반에 오즈가 토마스 에디슨을 자신의 롤 모델, '위대한 자'로 언급하며 활동 사진을 틀 때부터 오즈에게 있어 마술의 궁극적인 지점이 영화라는 점을 드러냅니다. 은근슬쩍 조르주 멜리에스와의 접점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죠, 그러다가 영화 클라이막스에 이르면, 오즈가 '위대하고 강력한 마법사'로서 선보이는 마법이 결국 '영화'의 형태로 드러나며 마녀 퇴치에 이용되면서, 농부, 장인, 광대 등으로 이루어진 오즈의 군대는 그대로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로, 오즈는 영화의 주연이자 각본가이자 감독으로, 또 에메랄드 시티의 시민들은 영화의 관객들로 치환됩니다. 초기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영화가 마법이나 다름 없었다는 걸 떠올려 보면 꽤 적절하게 어울리는 은유였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영화는 빅터 플레밍의 영화에서처럼 흑백-컬러 전환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영화에 대한 영화라는 맥락 하에선 그것도 영화사에서 혁명에 가까웠던 컬러로의 전환을 재현한다는 좀 더 분명한 의의를 가지게 됩니다. 오즈의 세계로 넘어오면서 컬러로 전환되는 동시에 화면비가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바뀌는 것 역시 영화사의 큰 전환점을 짚어내는 요소였던 것 같고요.
영화는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오즈의 풍경들을 스크린에 수놓고, 더불어 3D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가며, 초기 영화의 등장, 컬러로의 전환, 시네마스코프 비율로의 전환 등이 당대 관객들에게 주었을 어떤 감흥을 유사하게나마 3D 기술을 접하는 현대 관객들에게 체험시키고자 합니다. 클라이막스에서 오즈의 영화를 마법으로 믿으며 감탄하는 오즈 시민들, 영화사의 전환점마다 큰 감흥을 받았을 당대 관객들, 그리고 '오즈'를 보는 현대 관객들을 일직선 상에 놓으려는 시도 같았어요.
적어도 저한테는 그게 먹혔습니다. 각본에는 구멍이 뻥뻥 뚫려 있고 너무 유치해서 손발이 다 오그라들 지경이었지만, 클라이막스는 꽤 감동적이었어요. 그런데... 이미 마틴 스콜세지가 비슷한 작업을 '휴고'에서 훨씬 아름답고 훌륭하게 해 놓은 바 있어서 조금 뒷북 느낌이 나긴 합니다.
2.
신세계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원래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워낙 재밌게 본 사람들이 많아서 본 건데, 괜히 봤다 싶네요.
일단 각본부터가 썩 좋게 다가오지가 않습니다. 무간도 시리즈, 흑사회 시리즈를 비롯해 이런저런 영화들에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라 그다지 흥미롭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누아르라기엔 말들이 너무 많고 설명이 과해서 몰입을 상당히 방해하더군요.
그런데 각본보다 더 심각한 게 연출이더라고요. 초반에 이자성과 강 과장 대화 장면에서 맥락 없이 자꾸 컷을 남발하며 왔다갔다 하길래 어딘가 부산스럽고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 끝날 때까지 '어떤 영화에서 이런 비슷한 장면 나올 때 대충 이렇게 찍었던 것 같은데...'라는 마인드로 찍은 것마냥 개성없고 어딘가 촌스러우면서 잡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연출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씬도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기대했는데, 아이디어만 좋지 연출 자체는 평범하기 짝이 없더군요. 박훈정은 본인이 연출하는 대신 각본만 쓰고 다른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는 편이 나을 듯 합니다.
그나마 영화의 미덕이라고 할 만한 게 배우들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박성웅, 황정민 연기가 좋았습니다.
2013.03.11 03:38
2013.03.11 12:03
2013.03.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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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1 12:06
이 정도에 '심각'이라고 한다면 좀 억울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