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전쟁이 나면

2013.03.12 22:14

닥호 조회 수:2947

근데 진짜 실제 공습경보 발령되면

직장인들 그냥 무덤덤하게 "어? 예비군인가?" 하고 계속 일하다가 뒤늦게 네이트온에 


[속보] 북한 기습선전포고…전방사단 교전 중 


뜨고 나서야 "오 씨발"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다들 모르고 계속 일하는 분위기라서 엉거주춤 
하는데…

뒤늦게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김대리가 "어? 이거 뭐야" 하고 한 마디 하자 그제서야 사람들 눈치
보면서 주춤하고, 마침 목소리 드럽게 큰 경리년이 문 열고 "전쟁났대요" 외치며 울먹이면 그제사 사람들 
";;;;;;;;;" 하는 분위기로 서둘러 옷 챙겨입고 휴대폰 챙겨서 가방 들고 1층으로 몰리는데 엘리베이터는
이미 만원이고 

계단으로 우르르 내려가는데 머리 속은 새하얗게 되어있겠지. 전화는 통화량 폭증으로 불통되고. 어차피
곧 무선관제 및 차단이 이뤄지겠지만. 


1층까지 내려왔는데 뭘 어째야하지 멍한 와중에 회사 주차장에서는 차들이 미칠듯이 빠져나가지만 큰 길 
쪽을 바라보니 이미 도로는 출근길 전쟁보다 더한 상태고 그래서 지하철을 타야하나 싶은데 전쟁 났는데
지하철이 운행을 하나? 고민도 되고 아 도대체 그럼 뭘 어쩌란 말이야 하고 멍해지고… 

일단 집쪽으로 걷긴 걷는데 허 씨발 뭐하는거지. 뭘 어쩌면 좋지? 예비군, 민방위 소집도 씨발 어쨌건에
집에 가서 군복을 챙기는 장면 이후에 하는 이야기지 당장 여기서 집까지 차로 50분 거리인데 뭘 어째야
한단 말인가 허 정말 답 없네 이게 진짜 사실은 사실인가 황당하고 답답한데 

바로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하늘 위로 전투기 몇 대가 쌔애애액 지나가고 길거리 사람들도 그거보고 다 
얼굴 하얗게 질리고 여자들은 "어뜨케 어뜨케" 하면서 울먹이고 지하철로 뛰어갔던 사람들도 "운행 안
한대 어떡하지?" 이러면서 어벙벙 거리고 있고… 

아 씨발 전쟁 대비를 50년 넘게 한 나라가 이거 밖에 안 되나, 진짜 우리나라 병신천국이구나 씨발;;;
하고 혀 끌끌 차는데 그 와중에 또 헬기 몇 대가 두두두두 하고 지나가고…

휴대폰으로 다시 어디 전화라도 할까 보니까 서비스가 안된다며 안테나도 안 뜨고 아 좆됐구나 진짜 
하고 한숨쉬지만 그 와중에 잠깐 패닉으로 정신줄 놓고 있다가 길거리를 보니까 길거리로 뛰어나온 
사람들 다들 다 어디갔는지 길거리는 벌써 한산해졌고 뭐지? 하고 주춤하고 있는데 드디어 저쪽에 
군인들 탄 두돈반 트럭 보이고…

군인들 우르르 내리더니 그 중에 중위 계급장 단 장교 하나가 확성기 들고 "아직 길에 계신 분들은 
서둘러 대피소로 대피하십시오" 하고 지시를 내려주는데 그제서야 '아 맞다 대피소;;' 하는 생각에 
일단 지하철 역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그 와중에 저어어기 어드메에서 아주 둔탁하고 희미하게 
포성이 들린 것 같은데 잘못 들은거겠지… 하고 발걸음만 빨리해서 지하철역으로 향하고… 

터질 리 없는 휴대폰만 꽉 쥔 채로 가족들의 안녕을 비는데 그제서야 가슴이 먹먹하고 씨발 전쟁이라니
전쟁이라니 하면서 아 좆같다 진짜 아 씨발 씨발 하고 북한 욕을 해대는데 

왠일인지 옛날에 같이 자다가 "전쟁나면? 그냥 오빠랑 같이 방에서 섹스나 하다가 죽지 뭐" 하면서 깔깔
대던 혜선이가 생각나서 실없이 웃고 이제는 얼굴도 잘 기억 안나는 그녀가 문득 보고 싶어지겠지.


출처 slr클럽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8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66
57000 북한의 위협, 남조선 인민들의 답변 [15] 닥터슬럼프 2013.03.12 3536
56999 애니메이션 작가의 이런 상상력 [4] 가끔영화 2013.03.12 2639
56998 오늘 트위터에서 본 것 : 위기는 개 뿔... [1] 01410 2013.03.12 1945
56997 (바낭) 회사생활이 너무 재미없네요. [8] Kenny Dalglish 2013.03.12 3079
56996 간만에 본 호러 영화 & 살인마 이야기들…(더불어 영화 제목 찾기! 도와주세요 ^_^; 스포일러 있습니당!) [11] 슈삐유삐 2013.03.12 1741
56995 디스 패치, 뒤끝 있네요 (어제 힐링 캠프 이병헌 편에 부쳐) [8] espiritu 2013.03.12 8656
56994 5년 전의 나에게 하는 말 [8] akrasia 2013.03.12 1778
56993 스즈키 코지의 '링' 시리즈 말입니다 잘 아시는 분~ [5] 도니다코 2013.03.12 1427
56992 다이어트- 62일째 [12] 은빛비 2013.03.12 892
56991 [듀나in]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체지방 비율은 몇% 이하인가요 (남성의 경우) [6] silver linings 2013.03.12 1853
56990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 '문재인의 의원직 사퇴로 책임이 완수되는 것 아냐' [2] amenic 2013.03.12 1373
» [펌] 전쟁이 나면 [8] 닥호 2013.03.12 2947
56988 듀9]c드라이브가 뭔가에 꽉꽉 차있는 상황인데 [1] 시민1 2013.03.12 992
56987 [바낭] 새 핸드폰, 새 티비(?), 새 학교(??) [6] 로이배티 2013.03.12 1468
56986 제로 다크 써티 봤습니다. [5] 툴루즈로트렉 2013.03.12 1510
56985 [취업바낭] 빨리 취업하고 싶네요 T.T... [5] 잉여로운삵 2013.03.12 1824
56984 마의가 오늘 끝나는 줄 알았어요 [4] 방은따숩고 2013.03.12 1426
56983 펩시파입니까 코크파입니까 [19] 메피스토 2013.03.12 2498
56982 (반항) 어느 백수의 논리 [8] 유우쨔응 2013.03.12 3002
56981 [듀나인] 대자로 누워자는 사람이 보온용 물주머니 효율적으로 쓸 수 있나요? [9] 침엽수 2013.03.12 20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