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다크 써티 봤습니다.

2013.03.12 22:58

툴루즈로트렉 조회 수:1510

스포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의 줄거리가 CIA가 빈라덴을 제거하는 내용임을 알았다 치더라도,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전작이 허트로커임을 알았던 관객은 단순히 이 영화가 CIA의 업적을 찬양하는 서사를 갖고 있지는 않을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CIA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CIA의 이미지는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에 의해 심하게 과대 평가 받고있는 실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CIA는 실제로 엄청난 실패를 거듭했고, 사실 미국에서도 CIA란 기관 자체에 신뢰도가 이미 바닥을 친 상태에 있으니까요.


그 예로 최근의 가장 결정적인 실수는 역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였고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그것은 완벽한 허위로 판명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CIA의 실체를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차례 꼬집습니다.

9.11 테러 이후에도 테러는 계속되었고 세계 최 강대국의 정보기관인 CIA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건이 속출합니다.


영화 내적인 얘기로 돌아와서 이 영화를 본 친구는 마지막 요새 침공 시퀀스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냥 평범한 영화다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야라는 인물의 심경변화를 느끼며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초중반 역시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초반에 마야의 대사 중 "난 자원해서 파키스탄에 온게 아니에요"라는 대사가 제 기억에 남아있는데요,


그랬던 마야가 10년 가까이를 빈라덴을 잡기 위해 그것도 불확실한 인물의 행방을 쫓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처음에 마야는 고문이라는 수사 방식에 큰 거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머뭇거립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도 포로에게 폭력을 사용하기에 이르죠.


또한 그녀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녀는 빈라덴에 광적인 집착을 보입니다. 주위 요워들은 가설에 불과한 그녀의 주장을 의심하고 묵살합니다.

결국 그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빈라덴을 사살하는데 이릅니다. 그녀가 10년 가까이 매달린 일을 완수한 것입니다.


빈라덴 사살에 성공한 특공대원들은 환호하고 있을때 마야의 표정에서는 결코 빈라덴을 사살했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 해방감, 성취감 따위의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고, 특히 엔딩씬에서 마야의 표정에서 뭔가 애석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다시 영화의 초반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마야는 애초에 자원해서 빈라덴을 잡겠다는 확실한 동기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마야는 자기도 모르게 빈라덴을 쫓고 있었죠, 그리고 작전 수행 중 죽었던 동료에 대한 복수심 역시 빈라덴에 집착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마야가 갖는 빈라덴의 분노와 집착은 모든 미국인들이 갖는 감정과 비슷할 겁니다. 9.11테러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 그들은 빈라덴으로 대표되는 테러집단을 그저 혐오하기만 합니다. 


실제 미국인들도 그리고 마야 역시 빈라덴이, 그리고 알카에다를 비롯한 아랍의 테러조직들이 왜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일삼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CIA의 몇 안되는 옳은 정보를 사용해 빈라덴을 사살하는데 성공합니다. 미국인들은 그 당시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빈라덴은 죽었지만 여전히 테러는 유효합니다.

빈라덴을 제거해서 미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복수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인가요? 


전 마지막에 마야의 표정에서 그것을 봤습니다. 엔딩 클로즈업은 마야 개인적인 측면에서 볼 때 10년여 간 공들였던 일이 종결되어 밀려오는 허무함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으나,

저는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채 맹목적인 분노에서 오는 혼란과 길 잃은 현재의 미국을 보는 것 같았고, 저는 그래서 애석함을 느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58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4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08
57070 북한의 위협, 남조선 인민들의 답변 [15] 닥터슬럼프 2013.03.12 3536
57069 애니메이션 작가의 이런 상상력 [4] 가끔영화 2013.03.12 2639
57068 오늘 트위터에서 본 것 : 위기는 개 뿔... [1] 01410 2013.03.12 1945
57067 (바낭) 회사생활이 너무 재미없네요. [8] Kenny Dalglish 2013.03.12 3079
57066 간만에 본 호러 영화 & 살인마 이야기들…(더불어 영화 제목 찾기! 도와주세요 ^_^; 스포일러 있습니당!) [11] 슈삐유삐 2013.03.12 1741
57065 디스 패치, 뒤끝 있네요 (어제 힐링 캠프 이병헌 편에 부쳐) [8] espiritu 2013.03.12 8656
57064 5년 전의 나에게 하는 말 [8] akrasia 2013.03.12 1778
57063 스즈키 코지의 '링' 시리즈 말입니다 잘 아시는 분~ [5] 도니다코 2013.03.12 1427
57062 다이어트- 62일째 [12] 은빛비 2013.03.12 892
57061 [듀나in]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체지방 비율은 몇% 이하인가요 (남성의 경우) [6] silver linings 2013.03.12 1853
57060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 '문재인의 의원직 사퇴로 책임이 완수되는 것 아냐' [2] amenic 2013.03.12 1373
57059 [펌] 전쟁이 나면 [8] 닥호 2013.03.12 2947
57058 듀9]c드라이브가 뭔가에 꽉꽉 차있는 상황인데 [1] 시민1 2013.03.12 992
57057 [바낭] 새 핸드폰, 새 티비(?), 새 학교(??) [6] 로이배티 2013.03.12 1468
» 제로 다크 써티 봤습니다. [5] 툴루즈로트렉 2013.03.12 1510
57055 [취업바낭] 빨리 취업하고 싶네요 T.T... [5] 잉여로운삵 2013.03.12 1824
57054 마의가 오늘 끝나는 줄 알았어요 [4] 방은따숩고 2013.03.12 1426
57053 펩시파입니까 코크파입니까 [19] 메피스토 2013.03.12 2498
57052 (반항) 어느 백수의 논리 [8] 유우쨔응 2013.03.12 3002
57051 [듀나인] 대자로 누워자는 사람이 보온용 물주머니 효율적으로 쓸 수 있나요? [9] 침엽수 2013.03.12 20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