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뮤지컬을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여태껏 본 뮤지컬 중에 단 하나를 꼽으라면 전 주저없이 '넥스트 투 노멀'을 꼽을 것입니다(위키드 오페라의유령 지킬앤하이드 같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잘나가던 뮤지컬들도 봤지만 저에겐 비교불허 수준이에요.) 그 다음은 아마 '맨 오브 라 만차'나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꼽을 테고요.

어쨌든 제가 그토록 사랑하는 '넥스트 투 노멀'의 재연이 4월부터 딱 한 달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 올라온다고 해서, 듀게 분들도 많이들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 한 번 올려 봅니다.

겉보기엔 정상적이기 이를 데 없는 굿맨 가족이 이 뮤지컬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이 가족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라는 건, 뮤지컬이 시작한 지 그리 얼마 되지 않아서 알 수 있습니다. 이 뮤지컬의 스토리는 딱 여기까지만 알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최대한 내용을 모르고 가시는 게 이 뮤지컬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괜히 유튜브 같은 데서 노래 찾아 듣거나 하는 것도 피하세요ㅜ 노래 한 곡 한 곡이 다 스포일러를 담고 있는 셈이라 최대한 덜 들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알 필요는 있으니, 유튜브에서 토니 어워드 축하공연 정도는 한 번 검색해서 보셔도 괜찮으실 거예요. 사실 그 곡도 스포일러를 담고 있는 셈이긴 한데, 뭐 그 정도면 양호합니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 이야기에 있을 거예요. 대부분의 뮤지컬의 고질병이나 다름없는 그 문제, '이야기의 빈약함'이 이 뮤지컬에 있어서는 딴 나라 얘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게다가 주제를 탁월하게 형상화해낸 집 모양의 세트도, 비록 대극장 뮤지컬의 세트들처럼 웅장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제 역할을 훌륭히 해 냅니다. 그리고 뮤지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넘버도, 여러 가지 스타일의 곡들이 섞여 있는데 두루 높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직도 뻑하면 OST 풀로 돌려듣곤 해요ㅠ

내용 자체가 좀 무겁고, 때문에 취향을 좀 탈 수도 있지만, 취향만 맞으면 폭풍눈물 흘리고 나오실 거예요. 원래 뭐 보면서 잘 안 우는 저도 이 뮤지컬은 볼 때마다 여행용 티슈 반 통씩 비우고 나올 정도였으니...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해요. 일단 극장 크기나 작품 스케일에 비해 티켓값이 지나치게 비쌉니다. 1층 88000원, 2층 66000원이니까요. 초연 때는 9만, 6만이어서 라이센스 초연이라 그렇겠거니 했는데 재연인데도 1층은 고작 2000원 내리고 2층은 오히려 가격을 올려서, 막말로 가격 책정한 기획사의 패기에 놀랐습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할인 끼얹으면(아마 2차 오픈 분은 아직 선예매 할인 40%가 적용될 거예요.) 그나마 납득할 만한 가격이 나오긴 합니다. 그리고 2차 티켓 오픈일도 꽤 지났건만 자리는 여태 남아 돌아서 지금 예매하셔도 충분히 괜찮은 자리 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인지도가 별로 없는 뮤지컬인지라ㅠㅠ

캐스트에도 쬐에끔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재연 캐스트 중 댄 역의 남경주, 이정열은 초연 때도 노래, 연기 모두 훌륭히 소화하는 편이었고, 게이브 역의 한지상이나 나탈리 역의 오소연은 말이 필요없는 수준이었어요. 문제는 다이애나예요. 초연 때 호평을 받았던(창법 때문에 호불호가 좀 갈리긴 했어요.) 김지현은 이번 재연에 나오지 않고, 초연 때 김지현과 함께 더블 캐스팅으로 올랐던 박칼린과 초연 때 언더였던 태국희가 더블 캐스팅으로 올라오는데, 박칼린은 발음 문제 등으로 초연 때도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렸고, 태국희는 초연 때 딱 한 번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제가 본 회차 중 하나가 그 회차였어요.) 극심한 긴장 때문에 1막을 거의 망치다시피 한 바 있어서 이번에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들이 워낙 많아 그깟 단점들은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초연 때도 관객이 많이 들질 않았고 이번 재연도 자리 빠지는 걸로 봐서 영 전망이 어두운지라 이번 재연 끝나면 다시 올라오기나 할지 모르겠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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