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관한 말

2013.03.21 13:30

석가헌 조회 수:867

"너하곤 대화가 안돼." 라는 대화.

"너랑은 말이 안통해."라는 말.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소통에 관한 부정적 언급.

"의미가 없다."는 말의 의미.

..............

시한수 끄적여 봅니다.

 

 

 

 

                                                          말이 내게 말을 시킨다

 

 

 

 

말에 관한 말들은 중복이거나 부정이다

소통에 관해 소통하면서 소통이 안된다고 말한다

말을 하면서 말이 안통한다고 말한다

의미가 없는 말을 하면서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대화에 관한 대화는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말에 관한 말은 말머리를 돌리게 만든다

이해가 안되면 오해한다

사용하는 말이 다르므로 오해가 생긴다

대화에 관한 대화는 오해에 깊이를 더한다

 

"넌 왜 그런식으로 말하니?"

"내가 뭘 어쨌다고?"

 

말이란 정말 의미를 담는 그릇인가?

말이란 정말 소통을 위한 도구인가?

 

말에 관한 말은 오해다

 

말은 배설이다

말은 땀이고 말은 오줌이고 말은 똥이다

보고 들은게 있으면 뱉어내야 한다

아니면 병이 들고 죽음에 이른다

말이 더럽다는 게 아니다

열이 나면 땀을 흘려 열을 배설하듯, 말도 들은 것을 내보내는 배설물이라는 것이다 

 

동물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입이 없어서가 아니라 귀가 있어도 말을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은 모방이다

말은 따라하는 것이다

세상에 새로운 말은 없다

세상의 모든 말은 돌고 돈다,  말은 멈추지 않는다

돌고 도는 말들이, 이말 저말이 섞이고 꼬이면 새로운 말이 생겨기도 한다

새로 생겨난 말은 죽거나 살아서 돌아다니거나 둘 중의 하나다

대부분의 말은 죽을 운명이다

그러니 이미 말해지고 있는 말들의 생명력은 얼마나 강한 것인가, 그들은 거의 죽지 않는다

말해지지 않는 말은 말인가, 말이 아닌가

말해지지 않는 말을 들을 수 있는가

말해짐이 있다는 것은 들음이 있다는 것이다

말은 반복하는 것이다, 되풀이 하는 것이다  

들은 것을 되풀이하고, 본것을 보았다고 들은 것을 되풀이하고, 느낀 것을 느꼈다고 들은 것을 되풀이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되풀이한다

말은 들음에서 나온다

들음이 없으면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말도 없다

말은 들은 것을 따라서 말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없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다

 

말은 너와 나를 있게 한다

너와 나 사이에 말이 없으면 나와 너는 나와 너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너도 네가 아니고 나도 내가 아니다

말은 너와 나를 붙어 있게 만드는 풀이다

말은 너와 나를 꼭 붙어 있게 하거나, 느슨하게 붙어 있게 하거나, 어쨋거나 붙어 있게 하는 풀이고, 풀은 힘이다

그러니 가장 힘든 관계는 말이 없는 관계다,  말을 하기 힘든 관계다, 갔던 말이 돌아오지 않는 관계다

그런 관계는 관계가 아니다

 

너와 나 사이에 말이 있는게 아니다

너와 나는 말에 붙어 있는 것이다

말의 양쪽 끝에 너와 내가 매어져 있는 것이다

말이 너와 나를 생겨나게 한 것이다

그러니 말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말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

말을 하는 상태가 있을 뿐이다

말을 주고 받는 상태가 있을 뿐이다

말을 주고 받는 상황이 있을 뿐이다

좋은 말을 주고 받으면 좋은 관계다

나쁜 말을 주고 받으면 나쁜 관계다

 

말이 내게 말을 시킨다

나는 말이 내게 시킨 말을 반복한다

사람은 말의 양 끝에 매달려 있으므로 존재하는 존재다

그러니 말을 주고 받던가 말을 닫던가 둘 중 하나의 상태만이 있을 뿐이다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

 

말과 글은 사회를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대신 상당히 부정확한 미디어 아닌가 싶네요. 그러므로 오해와 다툼과 싸움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도..

말과 글 보다는 눈빛, 냄새, 미세한 몸짓, 떨림, 두근거림 같은게 사실은 더 정확하겠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3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4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25
56469 [듀나in] 손톱 생장점이 심각하게 손상을 입은 경우에 치료가 가능 할까요? [1] 파리마리 2013.03.21 2552
56468 I am not a hipster 후기 [1] skyworker 2013.03.21 1590
56467 듀나in) 이 동영상에 사용된 배경음악을 찾습니다. 불별 2013.03.21 846
56466 조용필옹 내달 새 앨범 발표!! [8]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2013.03.21 2135
56465 저스틴 팀버레이크... [2] 감자쥬스 2013.03.21 1460
56464 joh 대표 조수용.....오너가 권력과 수익을 내려 놓으면 얻는것은. [1] 2013.03.21 1689
56463 (바낭)확고한 취향+다이어트+점심식탁 [6] 어떤밤 2013.03.21 2141
56462 니체의 기독교 비난, 비판 catgotmy 2013.03.21 1361
56461 서양인들의 에반게리온 팬문화 (자비없는 스압 有) [10] cadenza 2013.03.21 8069
56460 SKT가 문자, mVoip, 통화 무제한 요금제 출시했습니다 사과식초 2013.03.21 1553
56459 김경재 - 그러니까 김병관 내정자를 국방장관 임명해야한다 [2] amenic 2013.03.21 1345
56458 제 PC가.... 흑흑~ [5] soboo 2013.03.21 2455
» 말에 관한 말 [2] 석가헌 2013.03.21 867
56456 [바낭] 인피니트 신곡 '남자가 사랑할 때' 뮤직 비디오 [14] 로이배티 2013.03.21 2654
56455 (듀나인) 돌스냅 추천 부탁드립니다 멀리 2013.03.21 941
56454 영화 <지슬> 보신 분들께 질문 (스포있어요) [8] 바이엘피아노 2013.03.21 2104
56453 고종석의 성희롱 피해여성에 대한 2차 가해 [67] amenic 2013.03.21 8151
56452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사 [4] chobo 2013.03.21 3341
56451 초인종이 울리고... 아무 말이 없어요. [7] 빠삐용 2013.03.21 2495
56450 개 vs. 고양이 [5] 남산교장 2013.03.21 234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