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숲] 어느 PM의 패기

2013.03.22 10:03

와구미 조회 수:3925

제가 일을 하고 있는 사업에서 PM(프로젝트 매니저)이 바뀌었는데 온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강력한 패기를 시전하고 계십니다. 오자마자 여러 사람들을 멘붕시키고 있죠. 주옥같은 에피소드를 일일이 다 말하기는 곤란하고, 가장 패기있게 느껴졌던 발언 둘을 소개해 보고 싶네요.

1. 이번에 사무실을 이전하기 앞서서 사업관리팀에서 에어컨 설치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데 옆에서 PM이 하는 말,

"에어컨 따위 왜 설치하는데? 설치하지마! 젊은 사람들이 더위도 하나 못참아?"

하하, 이것 참... 사업비가 얼마 안되는 소규모 사업도 아니고 40~5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는 사업인데(사업비 규모도 대략 짐작되시겠죠) 저런 신선한 소리를 하고 계십니다. 그 소리를 나중에 전해들은 저와 다른 개발자들은 화내기에 앞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에어컨을 왜 설치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못찾았습니다.

a. 본인이 추위를 못참는다. -> 그럴수 있지만 왜 우리까지 더위를 참아야 되지? 특히 아열대 기후를 방불케하는 요즘 여름에.
b. 사업비 아껴서 다른 복지에 신경 써주기 위해 -> 그걸로 사업비 아껴봐야 얼마나 아끼겠습니까. 이미 에어컨이나 전기요금 같은 사무실 운영비를 고려해서 사업비가 책정되는데 아낀다고 그게 개발자들 주머니에 들어오기라도 하나요? 거기다 "더위도 못참나"라는 발언과 이후에 언급될 에피소드를 볼 때 직원들 복지에 관심없는 인물이란걸 알 수 있죠.
c. 직원들 극기훈련 시키고 단합시키기 위해 -> 우리가 해병대 캠프 체험하러 왔나요? 그리고 우리는 그 PM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직원도 아닙니다. 소속은 다 제각각이죠. 프리도 많고. 나이도 40대도 넘은 분들 많습니다.
d. 그냥 '흔한' 프로젝트 관리자의 심술 -> 위에 이유처럼 역시 말도 안되지만 그래도 가장 유력해보입니다.

결론은 어떻게 됐냐하면 다행스럽게도 고객쪽에서조차 그 발언에 대해 어이없어 하며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더위를 엄청 잘타는 체질이라 에어컨 설치 안했으면 그만 뒀을 겁니다.


2. 기존에 잘 운영되고 있던 월차 제도를 보고 PM이 하는 말,

"일주일에 두 번(토,일)씩이나 쉬면서 월차는 왜 또 쓰는데?"

.....아 XX 할 말을 잊었습니다. 역시 이 발언을 전해들은 저는 멘붕이 오면서 근래 몇 년간 입에 담지 않았던 제 나름대로 최고 수준의 쌍욕이 자연스레 터져나오더군요. 여태껏 들어봤던 어이없는 소리 탑3급입니다. 이 패기있는 발언에 대해서 따로 논평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더 잘 느끼시겠죠. 그리고 어차피 월차같은 근태 문제에 대해서는 PM이 단독으로 간섭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진 않아요.

그래도 대기업 부장인데 저런 마인드로 어떻게 부장까지 하며 버티고 있을까 의문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아요. 온 지 열흘도 안됐는데 말이죠. PM이 소스를 일일이 까보고 코딩까지 간섭하고 있으니 원... 가장 최악의 상사 유형인 '멍부'인데다가 심술까지 갖추고 있으니 험난한 미래가 예상되네요. 앞으로 또 어떤 패기들을 시전해서 직원들 직원들 어이를 어디만큼 날려버릴지 기대가 되기 시작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8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69
56520 다이어트-71일째 [11] 은빛비 2013.03.21 1244
56519 [바낭] 인피니트 오늘 엠 카운트다운 컴백 무대 잡담 [15] 로이배티 2013.03.21 2191
56518 [듀나in]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사퇴사건이 왜 피해자 중심주의로 따져볼 때 성폭행이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31] 세멜레 2013.03.21 4360
56517 샤이니 팬 분들 계신가요? [17] Violet 2013.03.21 2863
56516 빙그레가 사고 하나 쳤네요 [12] bulletproof 2013.03.21 6697
56515 메리다와 마법의 숲 감상. [1] 스코다 2013.03.21 1289
56514 폭로와 사과와 트라우마 (개인적인 내용만 지웠습니다 죄송) [27] loving_rabbit 2013.03.21 4768
56513 생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죠~ [15] 씁쓸익명 2013.03.22 2004
56512 아침소녀 [2] 가끔영화 2013.03.22 1226
56511 "2차 가해"란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10] 공공 2013.03.22 2178
56510 이번주 SNL Korea 위켄 업데이트는 이윤석+서경석이 진행한다고... [4] 가라 2013.03.22 2491
56509 <미스터 고>여배우가 낯이 익다 했더니만... 사과식초 2013.03.22 2210
56508 종종 보는 사건의 패턴 행인1 2013.03.22 1074
56507 대구 치맥 페스티벌 2013 라인업 공개! [32] 달빛처럼 2013.03.22 4868
» [듀숲] 어느 PM의 패기 [28] 와구미 2013.03.22 3925
56505 말 한마디로 천냥 빚 지운다 [2] DH 2013.03.22 1351
56504 레사님께 -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사건, 특히 성폭력 문제에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 닌스트롬 2013.03.22 2784
56503 19세기판 한비야(?) 이사벨라 버드 비숍 [10] 01410 2013.03.22 3785
56502 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장미 [2] eltee 2013.03.22 1891
56501 [듀나in] '영원히 고통받는' 이 문구 유래가 궁금합니다. [6] eltee 2013.03.22 433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