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2 10:37
고은태관련해서 듀게에서 2차 가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어요.
이 부분에 관한 레사님이 한 예시로 박모 연예인 사건을 드셨어요.
http://djuna.cine21.com/xe/5716661
"고소인을 꽃뱀으로 모는 여론이 형성되었죠. 피해자나 고소인에게 행해지는 신상털이는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피해자를 재단하는 것에서 이미 2차가해이며 피해자거 어렵게 결정하고 공개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기에 2차가해라고 생각해요. 그럴만 하니까 당했다고 하는 거 그것 역시 2차가해입니다. "
하지만 저는 2차가해이냐를 지금 당장은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신상 터는 자체가 나쁜 거죠.
언급하신 진보신당 성평등위원회의 글에서도 2차가해는 '피해자'에 관련된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http://djuna.cine21.com/xe/5717741
이런 의문을 가졌기에 저는
"모 연예인 사건은 아직 한창 수사중이지 않나요? 가정으로 만약 꽃뱀이라는 결론이 나도, 그러니까 1차가해가 없었어도 2차가해가 되나요? 아직 결론도 나지않은 사건을 예로 드셨길래 정말 몰라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라고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레사님께서는
"그리고 만약 가해사실이 없다고 결론이 나는 경우를 말씀하셨는데 저는 되려 만약 가해사실이 있는 경우를 묻고 싶어요. 그렇다면 이미 가해진 폭력들은 어떻게 하나요? 게다가 그것들은 사건과는 관계없는 일들로 가해진 것들이죠."
라고 답하셨습니다. 아니 저는 가해사실이 없는 경우를 '가정'하면 어떻게 되냐고 질문을 드렸는데 그 '가정'과는 다르다고 '가정'하시고 대답하시면 어떡합니까.
Q : 지구 온난화 원인이 산업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라고 가정하면 산업활동에서 제재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A : 산업활동이 원인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되려 산업활동이 원인이 아닌 경우를 묻고 싶어요.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시지요?
물론 모 연예인이 1차가해로 성폭행이 성립한 경우 당연히 2차가해의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을 제외하곤 사실관계를 모르죠. 댓글에 쓰신대로 모 연예인이건 고발한 여자분이건 "당연히 필요없는 추측들은 자제"하는 게 맞아요.
물론 법적으로는 무고한 고발로 판결내려지더라도 실제에선 명백한 성폭행이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성폭행이 성립되었다고 판결내려지더라도 실제로는 무고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판결도 나지 않고, 사실관계를 알 수 없는 사건에서 1차가해에 대해서도 뭐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2차가해를 말할 수 있을까요? 전 그저 지켜보고 수사결과와 판결을 지켜보고 그때서야 어느정도 말할 수 있다고 봐요.
만약 1차가해가 없었으면 당연히 2차가해역시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신상을 털고 비난한 것을 합리화할 수 없잖아요?
1차가해가 성립되건 아니건 신상을 털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2013.03.22 11:42
2013.03.22 11:54
2013.03.22 11:51
2013.03.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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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2 13:12
2013.03.22 13:17
2013.03.22 20:53
해당사건이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특성이 있지만 저는 법적으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사건을 포함 기소되지 않는 사건, 유죄가 되지 않은 사건들이 모두 당연히 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피해자가 죽을 힘을 다해 저항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강간사건임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한국법상으로는 남성은 강간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필드에서의 논의를 통해서 조금씩 성폭력 전반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고 이것이 미약하나마 차츰 법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래서 법적 결과만을 기준으로 성폭력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봅니다.
법에는 개념이 없는 2차가해라는 단어가 주는 혼란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글에서는 피해자라고 편의상 이름붙여졌지만... 애초에 왜 2차가해라는 개념이 생겨났는가를 더 보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네 고소인과 피고소인,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신상을 털고 과거를 기준으로 본질과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사건이 아닌 개인을 판단하는 것은 모두 잘못입니다. 법적으로만 따지만 모두 명예훼손적 성격이 있는거죠.
하지만 (편의상 피해자와 가해자로 부르겠습니다) 신상털기로 대표되는 이들에 대한 추측들이 피해자와 가해자에 미치는 영향을 같은 성격의 공격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겠죠. 왜 사건과 관계없는 일들이 주된 이야기거리가 되는지 그 배경을 살펴야 합니다. 제가 글에서도 썼듯이 사람들이 피해자라면 사생활이 개방적이라던가 그럴만한 이유를 제공했을거라던가 사실은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돈이나 다른 이유로 괜히 문제삼는거라던가 하는 편견들을 가지고 있고 이는 사건의 본질과 관계가 없는 내용이면서도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효과를 가져서 피해자들이 사건에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를 흔히 피해자에 대한 적대적인 환경조성이라고 부르죠. 이는 성폭력 관련 범죄에 대해서만 유난한 현상이기에 이 부분을 보다 눈에 띄게 호명하면서 주위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향후에 이 논의가 좀더 설득력을 얻어 법적인 부분을 획득할 수 있다면 그 때는 좀더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죠. 그 때의 법이 법으로 온전히 처벌할 수 없지만 성폭력적 성격있는 사건들이 있음을 인정한다면 이를 필드에서와 같이 `2차가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피고소인에 대한 적대적인 환경조성죄`정도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죠.
법이 인정하지 않는 영역에서도 성폭력은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처하려는 피해자들에게 신상털기를 포함한 일련의 활동들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적대적인 환경조성에 해당하고 이것이 가해자에 대한 그것에 비해 일반적으로 정도와 빈도가 심하다는 것에 동의하신다면 `2차`라는 말에 집착하시기 보다는 `2차가해`라는 단어가 가지는 합리적 핵심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는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아요. 어제도 수차례 반복했던 이야기이고 어제 마지막 댓글에서 쳇바퀴만 돌릴 것 같아 그만두겠다고 말씀 드렸었죠. 만약 이글 제목에 제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이 댓글도 달지 않았을 겁니다. 이 댓글에 수긍하지 못한다고 하시더라도 이 부분은 님과 저의 견해차이로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