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게 제 몸인가 싶습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토합니다. 먹은 게 없어도 구역질과 함께 꺽꺽거리며 구토를 해야 하루가 시작되는 거 같아요.

회사로 출근하면서도 구역질을 하면서 가죠. 이럴 때 회사와 집이 가까워서 걸어다닐 수 있는게 정말 다행이에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면 전 휴직계를 냈을지도....

 

머리 아프고, 속은 속대로 울렁거리고 입은 깔깔하지, 수시로 헛구역질을 하면서 힘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요.

이 정도면 양호한 입덧이라고 하더군요. 하아.

무엇보다 슬픈 건 제 뇌가 기억하는 맛의 감각이 사라진 거에요.

얼마전에 짜파게티가 너무 먹고 싶어서 끓였는데요. 한 입 딱 뜨자마자 제가 기억하던 그 맛이 아니더라구요.

저 육식동물이거든요? 지금은 고기 생각만 하면 토할 거 같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과일만 먹고 살아요. 슬프게도 탄수화물이 안 들어가면 배가 너무 고파요.

그래서 허겁지겁 밥을 딱 한 숟갈 뜨면 배는 고픈데 입맛이 사라져요. ㅠㅠ

음식 메뉴를 고르라고 하면 너무 먹고 싶은 게 많아서 못 고르던 사람이 저거든요. 그런데 먹고 싶은 게 없어요.  이게 얼마나 슬픈지 모르실 거에요.

예전에 맛나게 먹던 음식들을 전부 몸에서 거부할 때...흐흑

 

누워 있으면 입덧이 덜해서 퇴근하면 거의 누워 있어요.

누워서 또 하루가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살기 싫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뭐라 하시더라구요.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아기가 듣는다고.

아직 세포 분열단계거든요?라고 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 물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더 중요한 걸요.

 

앞으로 더 험하겠죠. 저는 고위험산모군이더라구요.;;;;;

안 그래도 임신 진단 받고 그 주에 대학병원 가라고 소견서를 써주시길래 다시 대학병원에 갔다가 다시 일반 산부인과 갔다가 잔소리 잔소리 듣고 왔지요.

음. 지난 주에는 갑자기 혈흔이 비쳐 일하다가 병원에 가기도 했었죠. 2주동안 병원만 4군데 다녔어요.

그 와중에 아기는 0.5cm에서 1.43cm로 잘 크고 있답니다. 이 1.43cm짜리 아기가 제 몸을 강제로 재구성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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