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OCN에선 '더 바이러스'가 토, 일요일 jtbc에선 '세계의 끝'이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둘 다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여서 예전 배웠던 바이러스 특성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보고 있답니다.
특이한 소재의 드라마인지라 듀게에 인기를 끌겠다 싶었는데 관련 글이 없네요.
여러 사람이 봤으면 또 이런 드라마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약간의 잡설을 늘어놓겠습니다.

*1. 플롯
도시에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설정 때문인지 이 두 드라마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둘 다 질병관리본부를 배경으로 '더 바이러스'는 질병관리본부 아래 특수감염병 위기대책반,
'세계의 끝'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1팀 입니다.

두 드라마 다 바이러스 보균자를 추적합니다.
자신은 멀쩡하지만, 체내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어 타인을 감염시키는 '장티푸스 메리'요.
(왜 '장티푸스 메리'라 불리는지는 아래의 스노우캣 웹툰(2010/05/30)을 참고 - http://snowcatin.egloos.com/4387190 )


주인공들이 이 보균자를 추적하는 이유는 감염의 확산 방지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입니다.

남을 감염시키지만 자신은 멀쩡하다는 것은 몸속에 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사히 이 보균자를 데려온다면 체내의 항체를 바탕으로 치료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이 두 드라마에 나오는 바이러스는 차이가 있네요.
1) '더 바이러스'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고병원성 조류 독감 바이러스로 알려진 H5N1 (Influenza A virus subtype H5N1)의 새로운 변이주입니다.
드라마 4회까지 나온 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특징은 조류에서 건너왔다는 뚜렷한 증거 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높은 치사율을 보이며 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인 것인지 아니면 바이러스의 새로운 전략에 놀아나는 건지 이 바이러스는 빠른 진화를 보이며
처음 발생 당시 감염된 사람을 급속한 사망에 이르게 한 것과는 달리 지금은 그보다는 긴 체내 잠복기를 가집니다.

2) 세계의 끝에선 달(Moon)에선 표면과 닮았다고 해서 M바이러스라 명칭이 붙은 RNA 바이러스가 나옵니다.
이 바이러스 역시 높은 감염 치사율을 보이며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특이한 점은 병원체 자원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어떠한 바이러스 진단 혈청검사에서도 반응이 없으며
바이러스 유전체 염기서열은 NCBI의 GENBANK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어느 종의 염기서열과도 유사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라는 거죠.
(4회에 이 바이러스의 족보가 밝혀지긴 합니다만 스포니 여기까지만).

*2. 앞으로의 전개
둘 다 4회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바이러스의 보균자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이야기 흐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남은 부분에선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제 예상으론 '더 바이러스'는 제약회사 또는 거대한 어둠의 세력과의 싸움으로 전개될 것 같고,
'세계의 끝'은 바이러스와의 싸움 자체에 중심을 둘 것 같습니다.
'더 바이러스'는 몰라도 '세계의 끝'은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이 드라마의 바탕이 되는 책을 이미 읽었으니까요.
최근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전염병'이라는 소설입니다.
(드라마는 4회까지 이 책 490페이지 중 지금까지 앞의 200페이지 정도를 이야기했습니다.
소설 참 재밌게 읽었어요. 그래서 더욱 드라마 남은 분량 기대가 됩니다.)

*3. 바이러스와 좀비
퍼뜨리는 자와 막는 자. 언제 어디서든 조그마한 방심도 감염 또는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
이 드라마들 보면서 바이러스의 감염이 좀비의 습격과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소설 '전염병'의 뒷부분에 M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나와요 (드라마 '세계의 끝'에선 아직 떡밥을 뿌리는 중).
이 M바이러스는 자기 자신을 더 퍼뜨리기 위해 감염된 사람의 신경계를 조절하여
주변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거나 직접 사람을 찾아 나서게 합니다.
어때요? 좀비랑 비슷하죠? 아마 현실 세계에 정말 좀비가 존재한다면 이 소설(또는 드라마)에 나오는 형태일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바이러스와 연관된 좀비 영화가 여럿 있네요.
(나는 전설이다. 레지던트 이블, 28일 후 등)
생각해보면 좀비에 물려 감염된다는 것은 바이러스에겐
자신을 복제물을 널리 퍼뜨리는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볼 수 있겠네요.
위에서 언급한 '장티푸스 메리'와 연관을 지어 영화 '28주 후'를 생각할 수 있었어요.
이 영화에선 앨리스라는 여성이 좀비를 만드는 원인이 되는 분노(Rage) 바이러스를 체내에 가지고 있는 무증상 보균자로 등장하죠.
이 여성과의 접촉은 분노 바이러스의 확산을 일으켰고 그 결과 다시 좀비가 들끓는 세계를 만듭니다.

*4. 지난 주말 '감염지도(ghost map)'를 읽었어요.
꽤 오래전에 산 책인데 드라마를 보고 전염병에 흥미를 느껴 이번에 급히 읽었습니다.
이 책은 19세기(1854년) 영국 런던 도심 지역에 콜레라 발병의 역학 조사를 설명한 논픽션 책입니다.
주인공(?)인 존 스노 박사는 과학적 패턴 분석을 기반으로 이 병원균의 전염이 수인성이라는 것과 그 발원지를 밝힙니다.
그리고 대책으로 원인이 되는 우물의 펌프를 제거해 우물물에 의한 전염을 막죠.
저자는 이 대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p189) 게다가 펌프 손잡이 제거는 지역의 회생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인간 대 콜레라균의 싸움에서 하나의 반환점이었다. 공공 기관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병 이론에 입각하여 콜레라에 대해 정당한 조치를 취한 최초의 사례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처음으로 이성을 무기로 도시를 장악한 질병에 맞서 싸웠다는 거죠.
저자는 더 나아가 이러한 싸움에 대한 승리가 오늘날의 도시 확장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합니다.

'더 바이러스'와 '세계의 끝' 모두에서 공통적인 큰 사건으로 도심 지역에 보균자의 출현을 들 수 있습니다.
사람 많은 곳엔 그만큼 감염되는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더 위험하겠죠. 자칫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생각해봅니다.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의 공격에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19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이성을 무기로 전염병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희망을 제시하더군요.

(p282) 20세기의 인간 대 바이러스의 전투는 미생물의 진화 속도와 거의 동일한 시간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전형적인 다윈식 무기 경쟁이었다. (생략) 현재 우리가 미생물들과 무기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과 동일한 수준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적인 동시에 우리를 위해 일하는 무기 제조업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순식간에 분자구조를 분석하고 기본형을 알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접근법 자체가 바뀔 것이다. 이미 질병에 대한 지식의 복잡도는 미생물 자체의 복잡도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있다. 머지않아 미생물들은 우리와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ㅎㅎ공부 열심히 합시다! 이겨야죠! 살아남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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