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렸던 개막전이 끝나고, 어찌 어찌 어거지로 말도 안 되게 이기기는 했습니다만.


작년 시즌 거치고 올 시범경기 거치며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참담한 타선을 지켜보자니 

1번부터 9번까지 도무지 거를 타자가 없다던 그 시절이 대체 실존하긴 했던건지 그저 꿈결같기만 합니다.


땡겨서 넘겨버리던 10년도의 전준우는 이미 은퇴한 선수인 듯 뒷 발로 땅 파는 모습 외에는 전혀 다른 선수가 서 있고, 

조성환 캡틴의 노쇄화는 그저 마음이 아프고, 기대했던 박기혁의 수비는 아직까지는(?) 많이 무디고,

대타로 나와 초구에 사라져버린 김대우는 기대했다 상처만 받을까봐 겁이 나고, 

뇌진탕 이후로 한참인데 아직 회복이 안 된듯 보이는, 게다가 4번 타자의 중책까지 맡기에는 너무 버거워 보이는 

강민호와 포텐이 터지긴 할런지 여전히 유망주로만 남아있는 황제균에 이미 노망주로 넘어가고있는 김문호, 

타격 폼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기 전에는 희망이 안 보이는 듯한, 그리고 마음의 짐이 너무 커 보이는 박종윤까지.


여전히 제 할 몫 똑부러지게 챙기는 야망의 손아섭과 마지막 타석에서 클라스의 가치를 입증해 준 장성호,

이 둘 외에는 그저 무기력하고 답답했습니다.

아무리 야구가 투수놀음이라지만 점수는 내야 이길 거 아닙니까.

아니, 승패를 떠나서 08부터 10년까지 그 재미있던 '병신같지만 멋있는' 롯데 야구는 

이제 살아생전 다시는 못 보게 되는 걸까요.


제 야구 관람인생 중 가장 찬란했던 한 때는 '노 피어'의 추억과 함께 아스라히 먼 곳으로 사라져버리고 

이제 2013년, 롯데의 야구는 어디로 향해가는 걸까요.


오늘 경기에서 긍정적이었던 건 김시진감독님이 서두르지 않는 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주신 겁니다.

두번의 만루상황에서 기회를 놓친-말아먹은- 박종윤을 교체하지 않고 끝내기 외야 플라이라도 만들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투수운용에 있어서도 '호급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절부절 불펜 투수들을 교체해대던, 그래서 선수들을 혹사시키던 
전임감독과는 다르게 여유를 보여주셨습니다.

(끝내주는 롯데 타선을 두고도 '방망이는 믿을 게 못 된다'던 그 분. 짧게 쳐라, 끊어 쳐라, 밀어 쳐라로 끝내주던 롯데 방망이를 

정말로 믿을 게 못 되는 것으로 만들어 주셨던 아아.. 그 분..)


이대호-우리 대호-는 오늘도 3루타 빠진 사이클링 히트를 치고, 한화는 김응룡 감독님의 건강이 걱정되고, 기아는 올 해 

정말 큰 일 낼 것 처럼 매섭게 배트를 돌려대고, 두산은 한 경기 만루홈런을 두 번 때려냈으며, 엘지도 넥센도 신나게 야구

하던데 내 사랑 롯데는, 네 개 구장 중 유일하게 매진이 안 된 이유를 여실히 증명해 준, 그래도 이긴 병신이 된 그런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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