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외국인'이 아니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유색인종)외국인' 이지요. 소위 동남아, 유구한 동네북인 중국인(+조선족) 등등. 사실 이제 중국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도 아닌데...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정말 이상한 용어라고 생각하지만 다들 쓰니까;)이 급증하다보니 갈등이 없으면 이상하겠습니다마는...

당장은 '잘사는 백인종이 주류인 나라들'의 그것과 같은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나진 않지만 사회문제화 되는건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지금 당장은 폭력조직을 만들어서 묻지마 테러를 하거나 살생부를 돌리거나 하진 않죠. 아직은...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의 이 인종차별주의자, (특정국가/인종)외국인혐오자들이 자기들의 여러가지 형태의 폭력행위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법.

우리 신문지상에도 자주 보도되는 유럽의 극우 기타등등 꼴통들과 달리, 이쪽은 굉장히 뻔뻔스럽고 비겁합니다. '그냥 XXX들은 더럽고 열등해'라는 신앙과 같은 맹목적 신념(?)이 아니라, 자기들이 행하는 폭력에 도덕적 정당성과 명분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에서요.

동양인을 테러하는 스킨헤드들이 자기들에 대해 인종주의자라는 비난이 가해진다고 해서 양심에 거리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대로 지르는거죠.  그러니까 위험한거고.

그런데 작금의 한반도의 인종주의자들은 인종차별주의자, 외국인혐오자라는 혐의를 받는 것 자체는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혐의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동원하는게 '외국인 범죄'입니다. 나는 외국인이 싫은게 아니라, 외국인 범죄자가 싫다는 거죠.

말이 앞뒤가 안맞습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저임금 노동자 A가 살인 강도 강간을 저질렀다면,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건 A이지 A가 속한 국가나 같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아닐겁니다.

이들은 가끔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의심까지 들게 하는데, 반복되는 패턴이 이렇습니다. 조선족, 동남아 등등 (우리보다 못사는 유색인종) 외국인이 저지른 강력범죄의 보도기사를 퍼다 나릅니다. 제일 좋은건 강간사건입니다. 제가 이걸 학술적으로 설명할 능력은 안되는데, 여튼 주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형커뮤니티에서 다수를 점하고 또 발언에도 적극적인 남성들에게 살인 절도 강도 폭행 상해 등등 여타 범죄에 비해 강간범죄는 더 효과적으로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소재거든요.

자연스럽게 성토 분위기가 조성되고 정말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이 오고 갑니다. 만약 여기에 딴죽을 걸면 그 즉시 '인권쟁이 나셨네' 하는 비아냥이 나오고 다구리나 당할 뿐입니다. 이 구조는 어디서 본것 같죠? 옳은 말 하면 '얼씨구 씹선비 나셨네' 하는 일베충이 하는 짓을 꼭 닮았습니다. 보수정권의 비도덕성, 인권유린을 성토하며 진보투사 행세를 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일베충하고 똑같은 논리로 '인권쟁이 나셨네ㅋ' 하는겁니다.

왠지 인종차별이나 일삼는 너저분한 놈들은 극우일거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정치적 성향하고는 전혀 별개라고 '그들'은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둥, 외국인들을 다 추방해야 한다는 둥, 외국인들은 위험하다는 둥, 어느 지역 어느 동네는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는 둥 별의 별 개소리가 나오는데, 정작 그런 개소리를 비판하면 이러는 겁니다 "외국인 싫다는게 아니라 외국인 범죄가 싫은건데요?"

지난 설에 일가친척 모인 자리에서 한번 분위기 어색해진 적 있는데 똑같은 얘기였습니다(다행히 저는 그 다툼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아주 저열한 외국인 혐오를 마구 떠드는 것을 제지하자 아주 극악무도한 (못사는 유색인종 나라의)외국인이 저지른 강력범죄사건의 사례를 들이대는거죠.

우리나라의 미국, 그밖의 유럽 선진국 이민자들이 똑같은 걸 겪었을테고 또 지금도 겪고 있을 겁니다. 그들의 논리를 미국 이민 한국인에게 적용해보죠. '이봐 소식 들었어? 어느 코리안이 우리 USA 시민 여성을 무참히 강간하고 살해했대' '오마이갓!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는거지? 이 극악무도한 한국인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참인가?' '그들의 노동력보다 중요한건 우리 시민들의 안전이야!' '헤이 코리안 타운을 지날때는 항상 총을 휴대하자구' 저치들은 이딴 소릴 들어도 고갤 끄덕이며 맞는 말이라고 할지... 아마 그렇지 않겠죠. 미국에 대해서만은 유독 민감해서 뭔 말만 하면 '반미주의'가 어쩌고 뒤집어 씌우며 경기를 일으키는 나라인데도, 또한 유독 미국에서 한국인이나 한국계가 당하는 차별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이기도 하죠. 이건 뭐 스스로에게만 관대한 인터넷 찌질이들의 전형을 보여줄것도 아니고..

이 문제에 있어서 사람들은 이성을 잃는다기 보다는, 자기가 이성적이라고 착각한채 짐승 레벨로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대놓고 나 짐승이다 어흥~ 하는 돌아이들보다 이쪽이 훨씬 위험합니다. 그래서 장차 한국에서의 인종문제, 증오범죄 문제는 다른 (백인종이 주류인 경제적으로 우월한)나라들이 겪었고 겪고 있는 그것에 비해 훨씬 더 치명적이고 심각할 것 같습니다.

저는 굉장히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딱히 인권적 감수성(?)이 풍부한 '인권쟁이' 축에도 못듭니다. 그런데 아주 낮은 차원의 상식에 비춰봐도 분위기가 정말 너무 괴상합니다.

요즘 한국에서 자생하는 인종주의자들의 행태가 더 끔찍하고 앞으로 무슨짓을 해댈지 두려운 이유는, 그들은 자기들이 도덕적으로 매우 정당하고 뚜렷한 명분을 갖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선족 A가 강간살인을 하면 조선족 전체가 위험분자다, 같은 논리가 옳다고 진심으로 정말로 레알 믿는단 말이에요. 보수성향이냐 진보성향이냐 다 필요없고, 아무렇지도 않게 '인권쟁이 나셨네'같은 폭언을 늘어놓기도 할 정도로...

앞으로 정말 무서운 일들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것 같습니다. 기우였으면 좋겠는데요.

 

 

 

이딴게 '김해시민의 패기'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면서 호응을 얻는게 바로 그 '이성적이라고 착각한채로 짐승레벨에서 울부짖는' 현실

역시나 이 패기넘치는 김해시민도 '인종차별주의자' 소릴 듣긴 싫었던 모양입니다. 꼭꼭 '범죄형'을 덧붙이며 자신은 단지 범죄자가 싫을 뿐이라고 주장하는군요.

그럼에도 본심은 숨길수가 없어서 방글라데시 문맹률 1위 운운을 하고야 마는걸 보면 얄팍한 수작은 금새 밑천 드러내기 마련인건 역시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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