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una를 듀나라고 발음하는 감독이 있다는 것이 기묘한 일이지만, 자신의 내적 주관을 가지고 세계를 보는 사람들이 창작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미루어본다면 그렇게까지 독특한 일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겉보기에는 이 영화가 Djuna Barnes에 대한 전기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사실이 절반, 거짓이 절반입니다. 이미 창작자가 Djuna 표기를 듀나로 음차해서 적었듯 교묘하게 1970년대의 듀나는 현재 우리가 아는 듀나와 모르는 듀나가 겹쳐지면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고, 결말은 거의 열린 결말로 나아갑니다. 약 세 시간 분량의 페이크 전기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즐겁고 재미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방 갑니다. 제가 웹에서 지원하는 영상을 이렇게 장시간 동안 끊지 않고 보는건 흔하지 않은 일이라 재미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보장해요.


저는 주나 반스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얼마나 영미 소설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진 모르지만, 이 감독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작가로 느껴졌고, 영화의 시작은 감독 자신을 드러내며 어떻게 주나 반스를 좋아하기 시작했는지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갑니다. Ladies Almanack을 중고서점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선 채로 끝까지 읽어버렸다는 것(그 책이 하드커버에 꽤 두껍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독의 허세가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부터 시작하여 그 이후 T.S.엘리엇과 함께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국에 번역서 하나 없는 주나 반스의 저작들을 하나 하나 모아가는 감독의 희열을 카메라는 잡아갑니다. 이 영화의 특이한 부분은 감독이 주나 반스를 연기하기도 한다는 것인데 독자들은 감독의 극중극에 대해서 관대함을 가져야 될 것입니다.


더욱이 재미있는 부분은 극중극에서도 또다시 극중극이 펼쳐지는데 이런 3단의 액자구성은 영화의 러닝타임을 특히 키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감독은 자기가 읽었던 책들에 대해 하나 하나 짚고 넘어가는데 그 중에 몇 가지를 극중극에서의 극중극으로 재현합니다. 예컨대 The Book of Repulsive Women에서의 몇몇 책 중 내용을 그렇게 꼼꼼한 고증이 들어가지 않은 씬으로 처리하는데 한국인이 외국인 행세를 하며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어보입니다. 마치 서프라이즈의 재현극이 외국인들의 등용문이 되는 것처럼 이런 영화를 자주 찍게 되면 일상에서 눈여겨보지 못했던 연기의 화신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극중극의 극중극으로 나타난 책에는 '혐오스러운 여성의 책' 말고도 The Antiphon, Ryder, Creatures in an Alphabet가 있었습니다. 각각의 극중극 시작 전에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로 그 극이 어떤 책을 나타내는지 설명이 나오는 고로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혐오스러운 여성의 책'은 이 감독의 의역을 따 적은 것입니다.


그렇게 어디선가 긁어모은 주나 반즈의 이미지 파일이 화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중간에서 커져서 온 화면을 뒤덮거나, 가끔은 오래된 재질의 동영상이 차지하기도 하고, 그 사이 사이 주나의 일생을 연기하는 감독의 영상이 끼어듭니다. 그리고 슬슬 이 게시판의 주인장인 듀나와 주나가 교차되기 시작하면서 모호한 결말로 끝이 납니다. 과연 이게 정말 듀나의 모든 것인지 주나의 모든 것인진 모르겠지만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영미권의 여류 작가에 대한 설명은 들어볼 가치가 있었습니다. 기승전듀도 꽤 재미나기도 했구요. 과연 정말로 이 영화 감독은 한국의 듀나와 미국의 쥬나가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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