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슬은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단점이 꽤 보입니다. 몇몇 분들이 말씀하셨다시피, 필요 이상으로 노골적인 부분들이 꽤 있어요. 김 상사 캐릭터를 시체나 돼지와 동일시하는 방식이라든지, 정길 캐릭터의 이용 방식, 지슬 등의 상징물을 어필하는 방식이 특히 그렇고, 아래서 말씀하신 산 능성과 순덕의 나신을 겹치는 장면은 정말 저도 깼어요. 음악도 많이 별로예요. 음악이 종종 관객보다 앞서서 감정을 터뜨리며 오버를 하는 바람에 이야기나 화면 자체가 가진 그 에너지를 홀라당 까먹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백의 색감과 더불어 소제목과 이야기를 연결시켜 가며 실제로 영혼을 위로하는 듯한 연출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은 정말 좋았어요. 이 하나 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보듬을 수밖에 없어요. 저도 꾹 참다 소지 장면에서 끝내 울어버렸습니다. 


롱테이크가 쓰인 몇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정말 좋았던 장면이 있어요. 동굴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가 마주하고 횡으로 훑는 장면인데,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배열이 무작위로 바뀌며 계속 이어지는 그 순간은, 마치 정말 그들이 영혼으로 화하고 이 영화가 그들을 불러모아 지슬을 먹이고 위로하는 듯한 그런 영적인 감흥마저 감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 섀도우 댄서는 기대한 바에 비해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이 가족에 남긴 상흔, 민족의 문제와 가족의 문제 사이에서의 갈등을 이야기의 큰 축으로 두고 건조한 연출로 인물들 심리를 짚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전개, 본 듯한 장면들이 딱 적절한 수준에서 양념 반 스푼씩 덜어낸 듯한 모양새로 쭈욱 이어붙어 있습니다. 못 만든 영화는 아니고, 그럭저럭 흥미를 잃지 않은 채로 끝까지 지켜보게 하는 영화입니다만, 적어도 저에겐 딱 그 정도였습니다. 많이 아쉽네요.



3. 장고는 기대 그 이상이었습니다.


'타란티노 대체역사 시리즈 혹은 역사적 쌍놈들 되는 대로 줘패고 쳐죽이기 시리즈 2탄'쯤 되는 영화네요. 

샐리 멘케 타계 이후 다른 이에게 편집을 맡긴 첫 타란티노 영화라 그런지 예전만큼 편집이 쫄깃하진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좀 들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타란티노에게 기대하던 것들이 여전히 그곳에서 새 옷을 입은 채로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ㅠ 보는 내내 몇 번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웃기도 많이 웃었고요.


그나저나 샤프트가 장고의 핏줄인 것처럼 설정이 된 모양인데, 사무엘 잭슨이 샤프트 리메이크 판에서 샤프트 역을 맡았던 걸 생각하면 묘하게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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