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소설] 콘크리트 아지랑이

2013.04.07 23:16

catgotmy 조회 수:1816

  안경점에 갔다. 오른쪽 눈만 시력이 떨어졌다.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고, 약간의 통증이 있다. 눈을 감고 누워서 쉬면 회복이 되서 병원에 가진 않았다.

 

  오른쪽 알만 맞출 수 있을까요?

 

  안경점 주인은 난감해하는 것 같다. 왜 난감한지 모르겠다. 오후 2시에 맥도날드에 와서 상하이 버거 단품을 사는 손님을 대하는 점원의 난감함인지도 모르겠다. 난 감자튀김은 먹지 않아서 런치세트는 필요가 없다. 콜라도 다이어트 콜라가 낫고.

 

  됩니다. 되지요. 이리로 앉으세요.

 

  며칠 후에 오라는 말을 듣고 나가려는데, 쇼파 옆 테이블의 피규어가 신경쓰였다. 요새 유행하는 온라인 게임의 아바타였다.

 

  이 게임 좋아하세요?

 

  안경점 주인은 갑자기 신이 난 것 같다. 싱글게임으로 시작된 이 롤플레잉이 얼마나 전설적이고, 대단한지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 시리즈는 싱글 9편만 해본 적이 있어서 9편은 흑역사였다고 대충 아는 척을 했다.  주인은 10렙이라도 찍으면 안경 값을 30퍼센트 할인해줄 것처럼 게임을 권했다. 한 번 해보겠다고 하고 안경점을 나왔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설치했다. 상처가 많은 창백한 피부의 캐릭터를 만들고 닉네임은 “이름없는자“ 라고 지었다.  시작점엔 아무도 없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뿌연 들판이었다. 맵을 켜자 골드가 있는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서 마을에 도착했다.

  펍에 들어가보니 모임이 있었다. 맥주병을 들고 뭔가를 기념하는 것 같았다. 기말고사 끝난 날의 모임처럼 분위기는 좋았다. 혼자 일어서서 건배를 주도하는, 모임에서 가장 높은 사람만 소주병을 들고 있었는데 소주가 좋은지 맥주로 바꾸라고 권해도 듣지 않았다.  뭐라고 외치고 다들 맥주를 들이키고, 소주를 병째로 마셔댔다. 맥주를 마신 사람들의 목이나 배에서 이상한 생물체가 튀어나왔고, 모두 죽었다. 소주를 마신 사람은 당황하지 않았고, 슬퍼하거나 기뻐하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 있었다.

  가게 뒤의 병맥주를 만드는 곳으로 갔다. 어떤 사람이 맥주가 담긴 통에 약을 타고 있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남자는 일하는 걸 멈추지 않으면서 경쾌하게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왜 만든 거죠?

 

  관심 없습니다.

 

  펍에서 나와 마을 입구 앞의 광장으로 갔다. 입구의 위에는 “미친 과학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뭔지 모를 소리가 적혀있었다. 다들 잡담하거나 아이템을 거래하기 바빴고, 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자폭커맨드를 눌렀더니 안에서부터 폭발해 내 몸이 광장에 흩뿌려졌다.

 

게임을 삭제하고, 눈에 눈물약을 넣었다. 거울을 보니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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