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 포털 기사들을 보다보니 이런 기사엔 대충 이런 댓글이 달리겠구나~ 싶은 예측이 가능하더군요.
사이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해도 대체적인 대한민국 인터넷 여론의 방향성이랄까... 아무튼 그런 게 분명 존재하죠.
근데 그중 예외였던 게 몇 가지가 있는데 예를 들면 추성훈 선수의 일본 귀화 같은 거.
평소 애국심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리 넷티즌들이 무려 일본인으로 귀화를 했음에도 당시 여론은 추 선수의 편이었죠.
물론 그 뒤에 여러가지 일이 생기면서 다시 바뀌긴 했지만요. 쇼트 트랙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 때도 그랬던 거 같고요...
또 하나는 가정폭력을 일삼던 부모를 살해한 자식의 기사입니다.
범죄자 따위에게 인권이 뭐가 필요하냐 당장 신상 공개하라~ 일벌만계를 부르짖어야 정상인데 의외로 동정적인 글들이 주를 이루죠.
죄는 용서가 안 되지만 오죽 괴로웠으면 그랬겠느냐~ 하고요.
위 두 경우의 공통점이라면 사회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다는 거에요.
추 선수, 안 선수가 내세운 귀화 이유가 국내 유도계, 숏트랙계의 파벌에 따른 차별이었고
힘겹게 밥벌이 하다보면 학연에 지연에 친척에 낙하산에 치여 속상하고 억울하고 부러워 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죠.
술먹고 처자를 구타하는 아버지 이야기는 전국팔도 어디에도 존재하는 흔하디 흔한 클리쉐구요.
다섯줄짜리 글에 백플이 넘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학교 다니면서 선생(님)한테 이 정도까지 유감이 있었던 사람이 많은 거구나~ 였습니다.
변기물을 떠다준 학생보다 물 심부름 시킨 선생의 잘못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교사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라고는 '종종 마실 물을 떠다 줄 것을 부탁했다' 요거 한 줄 뿐인데
댓글이 거듭되면서 각자의 경험들과 결합하여 어느새 '꼰대같은 교사년' 이 되어있더군요.
교사를 탓하는 분들이 틀렸다거나 그걸 비난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타인의 경험을 제 잣대로 평가할 수도 없거니와 꼰대란 게 제 맘대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면 꼰대가 맞는 거죠.
그냥 좀 답답한 생각이 들어서 써보는 글입니다.
중고딩도 아니고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선생님께 변기물을 떠다주며 친구들과 웃는 상황이나 그게 그다지 쇼킹하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는 거.
이런 기사에 교사를 탓하는 댓글이 더 많을만큼 엉망인 교육 시스템과 존경받지 못 하는 교사들.
요즘 집사람과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 중인데 과연 이런 세상에서 내 딸 혹은 아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기는 한 걸까 등등...
거기다 아직 한창인 나이인데 듀게 기준으로 보면 나도 꼰대에 포함 된다는 달갑지 않은 사실까지.
결론 : 몇 살 먹지도 않았는데 자꾸 세상살기 힘들다는 생각만 드니 큰일입니다. 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