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부터 (저 때는 국민학교였죠)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정말이지 단 한 번도 '좋은 교사'라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정신병자부터 촌지 받는 교사, 이상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교사, 학급 내에서 경찰을 불러야 할 정도의 조직적인 폭력이 자행되는데도 그걸 마치 아무 것도 아닌 듯 넘기는 교사, 미친개처럼 학생을 폭행하는 교사까지 참 다양하게도 만나왔네요.

그건 아마 제가 남자학교를 다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좋은 교사가 아예 없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전 본 적이 없으니 '좋은 교사'가 도대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물심부름이라.

만약 제가 학생이었다면 벌벌 떨면서 1년간 잠자코 했을 거예요.

변기물이라. 참 기발하긴 하네요. 그게 잘 했다는 건 결코 아니고.



시간이 흘러 저 역시도 학교에서 일하는 처지가 되었군요.

도대체 왜 직업 선택을 이렇게 했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긴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고...


예전 기억 때문인지, 저는 정말 학생들을 깍듯이 대해요. 학생한테 경어 쓰고요.

그런데 역시, 좋은 교사라는 걸 본 적이 없어 그런지 제 자신도 좋은 교사가 되는 건 힘드네요.


일단 만만하다 싶으면 학생들은 교사를 얕보기 시작하니까요.

그러면 수업 시간에 통제가 불가능해져요.


오늘도 단어 시험을 보는데 제가 바로 보는 앞에서 컨닝하는 학생을 마주쳤어요.

컨닝하지 말라는 주의를 줬는데도 '내신 중요하거든요?' 하면서 대놓고 책을 펼치는 학생을 보니 울화가 치밀더군요.


교과목 가르치는 것만 하는 게 선생이냐라고 반문하는 분 계신데

솔직히 교과목 가르치는 것 자체도 힘들어요.

교과목 가르칠 수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고요. 잡일에 치여 삽니다.

아니, 학교에서 가는 소풍 회비를 왜 내가 걷는지... 이건 학교가 교사에게 공권력을 동원해 심부름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어쨌든, 저는 제가 '스승'이라 부를만한 교사를 만나본 적이 없고,

아마 그 때문에 저 자체도 좋은 교사가 되긴 글렀나 봅니다.

이번 학기까지 하고 그만둘 생각이에요.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일단 이 학교라는 시스템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진짜 꼰데 중 상꼰데가 교장이라는 이름으로 엉덩이 붙이고 위에서 쪼아대지,

학부모는.... 정말 학생의 꼬라지를 보면 학부모의 꼬라지도 대충 나오죠. 이건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고요.

학생들도, 어떨 땐 참 불쌍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떨 땐 정말 역겨울 정도로 혐오스러워요. 

네, 죄송합니다.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 보고 역겹다고 하는 인간이 교사질을 하고 있네요.


이런 식이니, 당연히 학생들도 교사 보고 역겨움을 느끼겠죠. 분명 그럴 거예요.

솔직히, 듀게에서 교사에게 변기물 먹인 기사에 교사 잘못 운운하는 거, 전 전적으로 이해가 돼요.

같은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저조차도 예전 학교에 대해 좋은 기억은 전혀 없는 걸요.

그렇다고 지금 현재 일하는 이 학교에 대해서도 그렇게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음...



더 이상 말하면 제 얼굴에 스스로 똥칠하는 것 같아서 그만 둘게요.

그냥 여러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당장 이 일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봐야지라는 게 가장 크지만요.


처음에는 정말 꿈이 컸어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제가 이상만 너무 높았나 싶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회사 취직할 걸, 대학원 진학할 걸...

별 생각이 다 들어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제가 하는 걸까요...

그냥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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