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과 관련하여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가장 좋았던 영향으로 남는 선생님이 딱 한 분 게십니다.


 그런데 전 그 선생님께서 어떤 말씀과 행동으로 저와 급우들에게 인성교육을 시켰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초등학교 시절의 먼 과거라서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분명히 기억이 나고 오랫동안 그 선생님께 고맙게 생각한 교육이 하나 있는데 그건


 '책 읽기'입니다.


 공부 잘하는 애들부터 못하는 애들까지 반에서 '책 읽기' 열풍이 불게 만들어 주셨어요. 


 경쟁하듯이, 게임에서 랩업하듯이 책을 읽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학교 도서실 소장본이 뻔했던 차라 각자 갖고 있는 책을 서로 돌려보게하는 이벤트를 만들어 주셔서 참 좋았던 기억이구요.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이때부터 책 읽기는 '취미'가 아니라 '습관'이 되버린거 같습니다.



 학교 자체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이 일만큼은 긍정적으로 기억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몇 안되는 학교의 추억입니다.



 

 그리고 이게 전부입니다.


 인성교육이랍시고 (국어)수업시간만 되면 '환단고기' 썰을 풀던 국어선생영감이나 


 '다 니들이 바르게 되기 바래서' 사랑의 매를 습관처럼 들던 체육선생놈이나


 인성 교육 운운하던 것들은 다 재수 없었어요.  



 한국의 초딩, 중딩, 고딩이라는 교육체계속에서  수십명 학생들을 상대하면서 무슨 인성교육 같은게 가능하냐 말이죠?


 (어디 산골 분교에 전교생 30명도 안되는 학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성교육 운운하는 사람들은 현직교사에게 말도 안되는 짐을 지우는 겁니다.



한편, 교사 개인에게 성장중인 아이들의 교육을 맡기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입니다.


그저 교사는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트라우마나 주지 않으면 다행이에요.


제가 교사 일반을 쓰레기로 폄하한다고 하실 분들 있으실거 같은데요. 그게 아니라  교사들에게 억지 춘향을 맡기지 말하는 소리입니다.


교사에게 환상을 갖지 않고 환상을 강요하지 않는게 교사들을 쓰레기로 폄하하는 거라고 믿는 분들이 있을 뿐이죠.



우리는 존경할만한 선생님들은 소설과 영화에서 접합니다. 그런 선생들이 현실에 흔히볼 수 있다면  그런 소설이나 영화가 있지도 않을테고 감동도 안주었을거에요.



교사 개인에게 의존하는 교육 시스템이 가장 후진적인 것입니다.  교사가 아무리 개판오분전이라도 아이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정할 수있어야 하는게 가장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학교라는건 지배체제의 작동원리, 시스템에 순응하는 구성원을 양산하는 제도입니다.


전 그게 공동체의 작동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인정은 하지만 결국 이런 시스템은 현실적인 필요와 현실적인 대안부재로 지속되는 


하나의 제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그런 시스템의 관리자일 뿐입니다.  


거기에 스승이니 교권이니 뭐니 하는건 종교적 환상과 별 다를게 없어요.


그게 후진적인 사회일수록 많이 남아 있을 뿐이죠.




교사의 암울한 상황에 대한 지적들에는 번짓수 잘못 찾고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건 전교조 활동같은 이익단체 활동을 통한 정책 개선이 방향이 되야지 물셔틀이나 하는 교사를 두둔한다고해서 


바깥 현실에선 이미 폐륜아로 낙인 찍혀 도마에 오르고 이미 신상까지 털린 초딩 하나 이게시판에서까지  덩달아 조진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죠.



그 아이의 또라이짓이 개인에게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지모르지만 원래 그렇게 인간은 그런 이상한 또라이들에 의해서 잘못된 습관을 다시 생각해보고


반성하게 되고 진보하게 되는거 아니겠어요. 




 

 

* 정치인을 정치인님으로 부르지 않듯이, 요리사를 요리사님으로 부르지 않듯이  선생을 선생님이라고 호칭하지 않는 것일 뿐인데

  거기서부터 정서적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거기서부터 안드로메다의 차이가 벌어지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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