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0 23:53
[이차노출]은 [물고기와 코끼리], [로스트 인 베이징]의 감독 이옥의 신작입니다.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많이 튀어요. 사실주의 성향이 강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
영화는 소위 사이코스릴러에 속하니까요. 전작들이 대부분 자국내 상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니 방향 전환을 해서 조금 쉽게 가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판빙빙이 연기하는 주인공 송 치는 성형외과에서 일합니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리우 동과는 동거 중이고요. 그런데 어느 날, 송 치는 단짝 친구인 저우 샤오 자이가
리우 동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분노한 송 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
여기서 전 말끝을 흐립니다. 아마 관객들도 대부분 같은 입장일 거예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관객들은 송 치를 믿을 수 없습니다. 시작한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영화는 송 치의 주관적 관점이 심하게 뒤틀려 있다는 단서들을 던집니다.
이것들은 도저히 놓치고 지나칠 수 없어요. 과시적일 정도로 관습에 의지하고
있고 또 그만큼 노골적이거든요. 시작과 함께 "얘는 혼자 잘 노는 미친 X이야"라고
선언해버리는 겁니다.
이후로 4,50분 동안 영화는 송 치의 혼자놀기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건 꽤 볼만합니다.
이 혼자놀기에는 살짝 미친 것 같은 추리소설의 논리가 있어서 장르 애호가의 시선을 끕니다.
그리고 판빙빙이 연기를 잘 해요. 캐스팅도 좋고요. 아까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판빙빙'
운운했을 때 비웃는 소릴 내신 분들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래도 신경이 바짝
곤두선 미친 X 역을 이리 잘 하니, 불만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기교가 살짝 과잉인
것처럼 느껴지긴 합니다만, 영화의 촬영과 편집도 늘씬하게 잘 뽑혔고요.
단지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 관객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시작부터 알고 있었던 1차
미스터리가 풀린 건 좋아요. 하지만 그 뒤로 장황하게 이어지는 사연은 뭐랍니까. 일단
이 이야기는 너무 길어요. 게다가 밝혀지는 멜로드라마틱한 최종 진상은 우리가 앞에서
보았던 정신나간 사이코스릴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주인공의 정신은 멀쩡한 게 좋죠. 플래시 백 대신 정통적인 추리물로 가는 게
좋았을 거고. 이 부분도 소재를 고려하면 잘 만들어지긴
했는데, 전 그래도 러닝타임과 소재의 낭비 같습니다.
(13/04/10)
★★☆
기타등등
전 진짜 이 영화가 [로스트 인 베이징]의 감독의 작품인 걸 모르고 봤어요. 그리고
[로스트 인 베이징]도 [물고기와 코끼리]의 감독이 만든 거라는 걸 모르고 봤고요.
하긴 세 영화들의 성격이 전혀 다르니까.
감독: Yu Li, 배우: Bingbing Fan, Joan Chen, Shaofeng Feng, Siyan Huo, Wei Kong, Jing Liang, Anlian Yao,
다른 제목: 이차폭광, Double Xposure
IMDb http://www.imdb.com/title/tt217666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9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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