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1 00:15
요즘 천명관이 좋아졌어요. 어쩜 이리 시원시원하고 맛깔나게 잘도 문장을 뽑아낸다죠?
한도 끝도 없이 찌질한 이 사람의 주인공들이 마음에 들어요. 찌들대로 찌든 인간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와 대사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어요. 책을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린 저인데 반나절만에
고령화 가족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읽는 순간 꽉 붙들어 매고 어딜 못가게 하네요.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먼저 읽었는데 단 한가지만 빼면 이 소설도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협소설은 읽어 본 적 없지만, 무협 영화는 많이 봤으므로 이 분야에 대해서 그래도 몇마디
할 줄 압니다. 무협에 필요한 요소는 다 있어요. 정의의 주인공, 악당, 비련의 여인, 스승과
제자, 복수, 의리, 액션. 그리고 어찌나 칭송을 하던지 이소룡 영화가 보고 싶어질 정도였죠.
(하지만 안 봅니다. 이소룡은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배우예요. 몇번이나 시도했는데 번번히
실패했죠.)
이소룡의 영화는 못봤지만 제이슨 스콧 리의 드래곤이라도 본게 다행이다 싶어요.
맘에 안들었던 그 한가지는, 화자인 주인공의 조카인데 전 정말 그가 싫군요. 그는 그렇게
평범하게 끝나서는 안되는 거였어요.
한 때 유행했던 말 처럼 인생 뭐 있어?를 이렇게 잘 보여준 작가가 또 있는지... 실패한 인생담을
이렇게 유쾌하게 읽어내는 사람이 또 있는지...
앞으로 영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건 혹시 더 이상 실패담은 쓰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지... 본래 순수문학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천명관은 제가 알던 순문학과 장르 어딘가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 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그가 발을 담근 지점이 저와 잘 맞아 떨어졌지요.
그래서 계속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군요.
2013.04.11 00:37
2013.04.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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