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1 22:25
1995년 개봉 당시 극장에선 못 봤고 비디오로 출시되고 난 뒤에 봤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건
18년 만입니다. 진짜 오랜만에 다시 본건데 장면장면이 하도 익숙하고 유명해서 오랜만에 다시 보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어요.
재개봉 한다고 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한건 이게 감독판이었기 때문입니다. 후에 비디오로도 감독판이 무삭제판 명목으로 재출시가 됐고
dvd도 감독판이 나왔지만 전 감독판은 본적이 없어서요. 감독판엔 마틸다와 레옹의 베드신이라고 홍보된 장면도 있고
레옹과 마틸다의 멜로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더 많이 보강돼 있다고 하죠. 극장 개봉 당시 1시간 50분 조금 넘었던걸로 아는데
감독판은 132분.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가 정말 아슬아슬하게 그려지더군요.
소녀 킬러 설정도 위험한 구성이었지만 마틸다와 레옹의 관계도 유사 롤리타 수준이라 다 알고 보는건데도 괜히 조마조마했어요.
소녀와 아저씨의 관계라기 보단 연인 관계로 그려지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암튼 다시 보니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오글오글거리는 영화였지만 레옹은 그런 맛에 보는 영화고
추악이 새록새록 떠올라 즐겁게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레옹의 전신이 등장하는 초반 장면에서 그 당시 지나가는 사람들도 기겁하게 만든
레옹 패션이 나오는데 극장 여기저기서 많이들 웃더군요. 장면장면이 클리셰 투성인데 그래도 옛날 영화다 보니
그런걸 집어 내고 싶진 않았어요. 그리고 최근 리마스터링 재개봉 영화 중 화질은 제일 좋았습니다.
나탈리 포트만은 이 영화에서 연기를 제일 잘 한것같아요. 블랙 스완 보다도 연기가 더 인상적이네요.
그리고 게리 올드만. 역시 갑입니다. 어쩜 이렇게 살짝 맛이 간 역을 취한듯한 광기로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했어요.
두고두고 봐도 게리 올드만이 주도한 오전 12시 총격장면은 명연입니다.
에릭 세라의 음악도 근사했고 거침없는 묘사, 군더더기 없는 감정 표현도 인상적이네요.
후반부 마틸다를 떠나 보내는 장면에선 울컥했어요.
다행인건 이 장면에서 개봉 당시의 오역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다행이 레옹에게 95년 개봉판과 같은 감상적인 대사를 덧입히지 않았다는겁니다.
95년 개봉판은 레옹이 마틸다에게 너는 나의 천사 어쩌고 드립을 쳐서 캐릭터의 균형감을 망가뜨렸죠.
보면서 아류작이었던 본투킬도 생각나고 암튼 감회가 남다른 재관람...
아역이 연기를 잘했다는 말은 감독이 잘 찍었다는 말의 다름아님이라고 생각되거든요.
나탈리 포트만은 클로저에서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편이구요.
저도 이 영화는 개봉당시 극장에서는 못 봤는데 글 읽고보니 조금 땡기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