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게시판에서 소수자임을 밝힌 분이 또 다른 약자에게 폭력을 가한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소수자가 약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광경이 사뭇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나경원이 장애아동을 키우면서 장애인에 대한 발언에 침묵할 때도 사뭇 이상했고요.

이 나라에서 소수지만 계급적으로 약자가 아닐 때는 그 사람을 대체 어디에 편입시켜야할지,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왜 소수자끼리 연대가 가능하지 못한가, 약자와 소수자는 어떻게 다른가, 그것 보다 계급이 상위에 있는걸까.

별별 생각이 스쳐지나가기만 했을 뿐. 제대로된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내내 지지부진했었습니다.

사실 계급이라는 게 어색하기도 했고요. 전 그저 소수와 약자를 묶음으로 보았고, 그것만으로 그들이 연대가 가능하리라는

순진하고 바보같은 짧은 생각을 했던 것이였습니다.

 

며칠 전부터 벨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를 읽고 있습니다.

미국인이면서 흑인이면서 여성이면서 하층민 생활을 하며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인 벨훅스가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는

미국의 상황을 이야기해줍니다.

계급이전에 인종과 성별을 이야기함으로서 아무도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요.

그 때 오랫동안 제 머리속을 괴롭혀오던 고민들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인종과 성별에, 우리나라의 지역을 대입해도 마찬가지겠구나, 하고요.

한국도 계급에 대해 교육하지도 않고 대화하지도 않는다는 것을요. 계급을 감춤으로서 상류층 계급자들이 그만큼 이익을 본다는 것도요.

그리고 문득 언젠간 김규항이 블로그에 썼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계급에 대해 알든 모르든 누구나 계급에 속해있다.

 

(아마 거의 비슷한 문구일 것입니다)

 

자신의 계급에 대한 자각과 이해가 가능하지 않는 한, 계급으로 인해 받는 불이익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계급에 대한 자각이 선행되어, 계급을 바탕으로 생각을 확장시켜나가 연대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에 대한 연대, 그리고 해결방안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왜 김규항이 계속 계급에 대해서 고집스럽고 지겹게 이야기하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벨훅스가 왜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라는 제목으로 계급에 대해 지금, 말하기 시작한 것인지도요.

 

어떻게 계급이 감춰져왔으며, 감춰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왜 계급에 대해 알아야하는지

아주 쉽고 간결하게 이야기합니다.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로 쉽고 간결합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다 보석같아요.

 

소설 외의 책에서 책을 다 읽게될까봐 아쉬워서 책장 넘기기를 아끼는 책은 처음이였습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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