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레오 까락스가 비루해 뵈는 침실에서 자다 바다 소리에 문득 일어나 벽에 난 작은 구멍에 손가락 열쇠를 넣어 벽을 힘겹게 열고 관객들의 세계로 아기와 함께 들어서는 장면.

우리나라 만만한 누가 했으면 유치한 클리셰라고 욕먹을 만 한데..저는 이런 흔하디 흔한 감동을 주는 솔직한 클리셰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주 좋았어요.

 

전작들은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중학생이 삶과 사랑에 대해 논하는 듯한 느낌이라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저렇게 아름답고 멋지게 폼을 잡고 겨우 저런 이야기를 하네? )

그나마 우울함과 부자연스러움이 젊고 신선하긴 했지만..(그래 좋아할 만은 하다..)

폴라 엑스는 최악이었죠.

감독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감각을 스스로 규정한 어떤 틀에 강박적으로 억지 부리며 끼워 맞춰서 그냥 화면에서 고집스러운 표정 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별 것도 없는데 후속작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었을까요?)

 

홀리 모터스는

진짜, 레오 까락스가 13년간 자는 동안  꿈 속에서 영화 방울이 한 두 방울씩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날  콸콸 흘러 넘쳐 이룬 바다였어요!!

깜짝놀라게 영화 안의 모든 것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웠고 편안했어요!

신나기도 하고 웃겼구요.

저희 신랑은 영화를 자주 본 사람이 아닌데도 저보다 더 낄낄거리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도 같이 많이 웃었어요.

아침 출근 장면, 딸아이를 집까지 바래도 줄 때, 전 애인과의 만남, 마지막 집..이렇게는 진짜 인 줄 알았다고 해서

한참 웃었답니다.

아내와 아이 둘이 기다리던 마지막 가정의 모습이 특히나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어요!!ㅋㅋㅋ

꼭 배우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한 사람로서의 고단한 삶 속의 모든 에피소드들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누구나 그런 상황들을 격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인생의 일면들을 이렇게 재미나게 보여주니까 위로받는 것 같고 좋다고..

감독이랑 주연 배우가 대단한 사람 같다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신랑을 보니 예전에 읽은 타르콥스키 봉인된 시간에서

자신의 영화는 평론가들보다 별로 배우지 못한 농부들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고 한 말이 떠올랐어요.

신랑은 영화 감상계의 배우지 못한 농부거든요.ㅋ

 

영화라는 예술은 특히나 이해하기 쉬운 쟝르인 것 같아요.

그냥 감독이 무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사람 목소리로 말투로 하는 걸 들어주는 건 쉬운데..

딱 흥행 만을 염두에 두고 많은 계산을 한 영화들이 가끔은 더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 시시함을 이해할 수가....)

물론 계산된 재미는 살찌우는 맛의 끝판왕 케잌같은 경우가 많지만요!!

 

 

 

레오 카락스 영화는 늘 음악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줄줄줄 계속 나오는 영화도 많고 많은데 보통 어머 이 노래~?! 정도의 감흥이라면

레오 카락스 영화 속에서의 노래와 음악들은 그냥 뙇!! 이랄까..

너무나도 적절하게 음악을 사용할 줄 아는 것 같단말이지요.  최고!!!

(스토커 보고나서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빨리 사운드트랙을 사고싶습니다!

 

카일리 미노그는 짧은 커트머리 가발 썼을 때 못 알아 볼 뻔 했어요. 그녀가 저리 기품있고 우아하다니!

가발 벗으니 역시!! 디스코 여왕~

 

 

 

영화 속에서 감독이 대면한 관객들은 목각인형처럼 온몸에 표정이 없이 굳어있었지만

홀리 모터스의 관객들은 어깨도 들썩이고 박수도 치고 웃고 울고 크기도 다르고 말랑말랑 할 거라 왠지 다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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