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보다보니 엄마 보고싶네요.

2013.04.16 16:14

미나 조회 수:1771

게시판에 종일 전업, 주부 이런 단어들 보다보니 엄마 보고 싶어지네요.

 

청소 빨래 이런건 괜찮아요.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아서 주말에 남편하고 둘이 대충하면 되고 둘 다 그닥 깔끔한 사람들이 아니라 성향 부딪히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음식이 진짜 힘드네요.

어릴때부터 조미료 무첨가의 엄마 요리에 입이 길들여져서 사먹는 반찬이나 식당이 잘 안맞아요.  가끔 사먹으면 맛나지만 일상식으로는 힘들어요.

음식을 아예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제 손과 제 입 수준이 괴리가 커서 어지간한 자취레벨로는 이 조미료무첨가 가정식 백반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질 않아요ㅠㅠ

 

벚꽃동산님 식단공개 글 보면서 딱 저렇게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제가 그런 수준이 안되고 시간도 체력도 안됩니다.

임신하고 입덧하면서는 유기농 반찬 배달시켜서 먹고 있는데 이것도 입맛에 안맞고.

 

결혼 전에 하던 일은 보통 7:30까지 출근해서 10시나 11시쯤 집에 들어오고 주말도 최소 하루는 출근하고, 한 달에 한 주 정도는 이틀 다 나가고, 공휴일 상관없고 명절도 당일 외에는 나가고 극도로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었습니다.

그때는 출근은 아버지가 회사까지 차로 시켜주시고, 퇴근은 기운없어서 택시타고 다녔고, 늘 입고다녀야 하는 칼정장은 어머니가 관리해주고, 아침은 6시에 어머니가 제가 먹을 수 있는 걸로 간단히 세팅해서 먹여주고

이렇게 하면서 집에 생활비로 100만원씩 드렸어요.

 

그렇게 4년을 살았는데, 결혼할 즈음에 부서가 바뀌어서 9-6시 근무, 주말 쉬고,  정장 안입어도 되어서 다림질 필요없고 이렇게 되었는데도

내가 알아서 먹고 살고 치우고 이게 참 힘들더라구요.

전에 회사에서 힘든건 물론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어서 정신과도 다니고, 약도 먹고, 상담도 받고, 습관성 구토로 하루에 한두번씩 토하고 이러면서 살았습니다.

그것보다 더 힘들다는 건 아니고, 그니까 착취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내 살림이란걸 해야 하고 제가 그 환경에 무던하게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것도 이것나름 힘이들더라.. 이겁니다.

그 시기에 가정에서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절대 회사 못다녔을 거에요. 그만두거나 미쳤거나 했을지도. 이렇게 돌봐주는데도 걸어다니는 히스테리였으니까요.

 

여튼 결혼한 후에야 제가 얼마나 부모님, 특히 어머니에게 기생하며 살았나를 알게 되었답니다.

 

결혼 반대하던 어머니에게 '고아원에서도 밥은 먹여줘'라고 내뱉었던 무개념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지요. 인생에서 삭제하고 싶은 순간 베스트3에 들어갑니다.

밥은 참 중요해요... 특히 위염환자와 입덧하는 임산부에게는ㅠㅠ

 

결론은,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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